히말라야 불교 왕국 부탄
올해로 우리나라와 히말라야의 불교 왕국 부탄이 수교한지 30년이 됐다. 불기 2561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부탄의 불교유적을 통해 부탄의 불교문화와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불교적 삶을 들여다봤다.  -편집자

탁상 곰파. 부탄의 얼굴로 불리는 사원으로 깎아지른 절벽에 매달리듯 조성됐다.

히말라야의 작은 왕국 부탄은 불교국가다. 부탄인들에게 불교는 ‘생활 속의 불교’이자 ‘마음의 안식처’다. 그들의 생활 자체가 수행자적인 삶을 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집집마다 작은 불단을 조성하기도 하고, 마을이나 계곡에 탑과 마니차가 있어 탑돌이를 하며 불경을 외울 수 있는 공간이 조성돼 있다. 또한 지역의 중심지에는 외부의 침략을 막고 지역을 통치하기 위한 사원이 세워졌다. 불교사원은 모습과 기능에 따라 크게 세 종류로 구분할 수 있다. 규모가 가장 크고 행정과 종교를 총괄하는 드죵, 스님들이 거처하며 공부하는 곰파와 라캉, 마을이나 언덕 위에 세워 사원 역할과 기념비 역할을 하는 스투파다.

8세기 파드마 삼바바 불교 전래

부탄에 불교가 전해진 때는 746년으로, 연화생 보살로도 불리는 티베트의 승려 파드마 삼바바(Padma Sambbava)에 의해서다. 이때 처음 불교가 들어온 곳은 중부 부탄의 붐탕(Bhumtang) 지역으로 당시 ‘신두라자(Sindhu Raja)’왕이 다스리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파드마 삼바바의 행적이 있는 곳에는 많은 사원들이 세워졌고, 지금까지도 부탄에서 가장 중요한 성지이자 부탄을 대표하는 사원으로 남아있다. 이후 수많은 승려들이 사원을 세웠는데, 이렇게 세워진 사원들은 순수 종교적인 공간으로 ‘곰파’, 혹은 사원이란 이름의 ‘라캉’으로 불린다. 대표적인 파드마 삼바바와 관련된 사원으로는 그가 최초로 부탄을 방문해 불교를 전하고 자신의 형상을 남기고 떠난 붐탕지역의 쿠르지 라캉(Kurjey Lhakhang), 두 번째로 방문해 명상을 한 후에 바위에 자신의 형상을 남겼다는 곰푸 코라(Gomphu Kora), 그리고 마지막으로 명상을 하다가 떠난 파로의 탁상 곰파(Taktshang Goemba)가 있다.
이밖에도 부탄에 처음으로 철교를 건설한 ‘탕통 걀포(Thangtong Gyalpo)’ 스님이 세운 탐촉 라캉(Tamchhog Lhakhang), 부탄의 원효라고 불리는 계율 파격의 ‘드럭파 쿤리(Drukpa Kunley)’ 스님이 세운 치미 라캉(Chimi Lhakhang) 등이 있다. 이렇게 조성된 사원에는 불상과 더불어 파드마 삼바바의 상, 부탄을 최초로 통일하고 정치와 종교를 분리한 샤브드룽의 상, 그리고 사원을 조성한 스님들의 상이 함께 모셔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부탄 불자들의 가장 중요한 성지로 꼽히는 사원은 쿠르지 라캉 사원(Kurjey Lhakhang)이다. 이곳이 가장 중요한 성지가 된 것은 파드마 삼바바 스님이 최초로 부탄을 방문하여 마왕을 제압한 후 자신의 형상을 새겨놓은 바위가 있기 때문이다. 즉 연화생 보살이 있는 사원이 되었기에 사원의 이름도 ‘스승의 사원’이란 뜻의 쿠르지 라캉이 되었다. 이후 많은 왕들이 죽음을 맞이하면 이곳에서 다비를 치루면서 더욱 성스러운 사원이 되었다. 현재의 사원은 1652년에 이곳의 성주가 재건축한 것이다.
곰푸 코라(Gomphu Kora)사원의 ‘곰푸’는 파드마 삼바바의 성스러운 명상지, ‘코라’는 ‘순례의 길’이라는 뜻이다. 이 사원은 파드마 삼바바가 두 번째로 방문했을 때 머물면서 명상을 한 곳이다. 강변에 위치해 있는데 주변 바위에 자신의 모습을 천수관음의 모습으로 새긴 후에 파로의 탁상 곰파로 떠났다고 전한다. 이곳에는 많은 성물들이 전하는데 모두 파드마 삼바바와 관련된 것들이라서 부탄의 성지 중 한 곳이다.
부탄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탁상 곰파는 깎아지른 절벽에 매달리듯 조성된 사원이다. 파드마 삼바바는 곰푸 코라에서 명상을 하며 머물다가 여덟 가지 형상 중 하나인 도르지 드락포(Dorji Drakpo)로 변신, 암호랑이를 타고 파로에 있는 이곳으로 날아왔다. 그리고 이곳에 있던 잡신들을 금강저와 신통술로 조복시킨 후 동굴에서 명상했는데, 이곳은 ‘호랑이 둥지’라는 뜻의 탁상으로 불렸다. 역사적인 인물이 등장할 때마다 이곳에서 명상을 했다고 전해져 더욱 신성한 성지로 여겨지게 되었고, 지금은 부탄에서 가장 성스러운 곳으로 여겨지는 곳이다. 탐촉 라캉 사원은 철교로 유명한 ‘탕통 걀포(Thang tong Gyalpo)’ 스님이 15세기에 세운 사원으로 입구에는 당시에 건설된 철교가 수많은 룽다의 깃발을 날리며 아직까지 남아있다.
초기 부탄 사회는 정치와 종교를 한 지도자가 권력을 독점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다가 1616년에 부탄으로 이주한 ‘샤브드룽’이 자신의 거처를 건축하였는데, 이곳이 지금 부탄의 수도 팀푸에 있는 ‘심토카 드죵’이다. 이 심토카 드죵이 중요한 이유는 이후 부탄에 건설된 모든 드죵의 기본이 되었기 때문이다. 또 부탄을 최초로 통일한 이후에는 정치와 종교를 권력을 분리하면서 드죵은 새로운 형식으로 발전되어 어디에도 없는 새로운 형태의 사원이 되었다.
이렇게 탄생한 드죵의 모습은 한 공간 안에서 정치구역과 종교공간이 분리된 구조인데 대부분 입구 쪽의 공간이 정치공간이고, 뒤쪽이 종교공간으로 배치된다. 현재의 국왕집무실이 있는 수도 팀푸의 타쉬쵸 드죵(Tashi Chhoe Dzong)도 이와 같은 형식이다.
사원의 모습도 방어를 목적으로 하였기에 성벽과 같이 높고 두꺼운 벽으로, 입구는 작게 건설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 전쟁에 대비해 지형적으로 더 높은 곳에 타 드죵(Ta Dzong)으로 불리는 별도의 망루를 설치하거나 내부에 망루 역할을 할 수 있는 높은 탑(Utse)을 쌓아 올린 것도 부탄에서 볼 수 있는 사원의 모습이다. 드죵은 현재도 그 기능을 그대로 이어받은 곳이 대부분이지만, 편의에 따라서 행정관청으로 사용하거나 법원 등으로 사용되기도 하고 행정기능이 외부로 빠져나가고 종교공간으로만 사용되기도 한다.
부탄 곳곳에 드죵이 남아있지만, 부탄사람들이 가장 신성하게 여기는 드죵은 푸나카지역의 푸나카 드죵(Punakha Dzong)이다. 이곳은 종교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부탄의 최고 권력을 상징한다. 이곳에 파드마 삼바바가 남겨놓은 보물과 부탄을 최초로 통일한 샤브드룽의 시신이 보관돼 있기 때문이다.
부탄 수도에 위치한 심토카 드죵은 부탄 최초로 건설된 방어용 드죵으로 파로 남쪽 산기슭에 위치해 있다. 또 부탄의 유일한 국제공항이 있는 파로에 위치한 파로 드죵은 규모 면에서 가장 큰 드죵이자 드죵 위쪽에 타 드죵이 있어 완벽한 구성으로 여겨진다. 타 드죵은 현재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곳에서 샤브드룽에 의해 정치와 종교가 분리되는 ‘초에시’제도가 실시된 역사적인 드죵이다. 다른 드죵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수많은 정적들의 침략과 티베트의 침략을 물리치고 부탄의 독립과 통일을 가져온 역사적인 사원이다. 현재는 정치공간이 없는 순수 종교공간만이 있다.

다음으로 건설된 푸나카 드죵은 현재까지도 정치와 종교의 핵심권력을 가지고 있는 드죵이다. 두 개의 강물이 만나는 지점에 있어 평지에 있지만 방어도 수월한 곳에 위치해 당대의 최고의 행정관과 수도원장이 머물던 곳이다. 또한 이곳에는 티베트와의 전쟁에서 획득한 전리품들이 보관돼 있다.
중부 부탄의 통사 드죵(Tongsa Dzong)은 가장 천혜의 위치에 있어 철저하게 방어를 목적으로 건설된 사원이다. 타 드죵도 원형대로 보존되어 있어 전통과 예술이 조화를 이룬 드죵으로 불린다. 통사는 현재 국왕의 왕조가 시작된 곳이기도 하다. 동부 부탄의 대표적인 드죵인 타쉬강 드죵(Tashigang Dzong)은 역사적으로 티베트와의 교역로에 위치한 드죵으로 높은 산기슭에 위치해 위치적으로도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사원이다. 그러나 2009년에 발생한 지진으로 동쪽 회랑과 함께 조성된 벽이 무너져 내려 보수 중이다.

생활 속 종교공간 스투파
드럭겔 드죵(Drukgyel Dzong)은 부탄과 티베트의 전쟁사에 가장 중요한 전략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던 드죵이었다. 건설부터 티베트와의 전쟁을 대비해서 전략적인 요충지에 전략적인 모습으로 세워졌기에 사원이라기보다는 요새의 기능이 더 많았던 드죵이다. 그러나 1951년 화재로 불탄 후 버려진 드죵으로 남게 되었다. 동부 부탄이면서도 북쪽에 위치한 룬체 드죵(Lhuentse Dzong)은 부탄의 지방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규모도 크고 보존상태도 아주 좋은 드죵이다. 다른 드죵과는 달리 입구에 들어서면 길게 진입로가 따로 있고 벽의 안쪽으로 마치 지하에서 지상으로 오르는 형태의 진입로를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부탄에는 알려진 불교사원보다 알려지지 않은 사원들이 수없이 더 많다. 이렇게 세워진 사원들은 부탄사람들과 밀접하게 생활 속에 있어 언제든지 예불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되어있다. 작은 규모로 조성된 사원들은 대부분 탑으로 조성된 스투파 형식이 많다. 스투파는 생활 속에 종교공간의 역할도 하지만 대부분은 신성한 장소에 세워지거나 역사의 현장, 역사적인 인물을 추모하거나 기념하기 위해 세워지기도 한다.
스투파는 대부분 보시에 의해서 세워졌다. 최근에도 국왕이나 왕비, 지역의 유지들에 의해서 많은 스투파가 조성되고 있다. 그래서 소박한 마을 탑에서부터 나라에서 조성한 대규모의 탑까지 부탄 국토 곳곳에 많은 탑들이 조성돼 있다. 나라에서 조성한 탑으로는 1974년 부탄 3대 국왕이 수도 팀푸에 있는 티베트양식의 국립기념탑과 도츄라(Dochu La)고개 정상에 조성된 108탑, 그리고 파로와 팀푸, 그리고 푼출링으로 연결되는 삼거리에 조성된 삼국탑이 대표적이다.
팀푸국립기념탑은 ‘내셔널 멤모리 얼쵸르텐’으로 표기한다. 1974년에 조성된 이 탑 주변에는 종합병원과 부탄 전역으로 출발하는 정류장이 있어 출발전이나 도착 후 탑부터 참배하고 일정을 시작하기 때문에 아침부터 저녁까지 순례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팀푸에서 푸나카로 넘어가는 해발 3,140m의 도츄라(Dochu La)고개 정상에 올라서면 수많은 탑들이 길옆에 조성돼 있는데, 이것이 108탑으로 불리는 드럭 왕걀 쵸르텐이다. 이 탑들은 1973년 인도 시킴지역에서 무장반군이 내란을 일으켰는데, 패배한 무장반군이 부탄의 국경을 넘어오자 부탄국왕이 이를 소탕하고 이때 숨진 병사들의 명복을 빌기 위해 조성한 것이다. 이곳에 올라서면 봄과 여름에는 짙은 안개로 아무것도 볼 수 없을 때가 많지만 가을과 겨울에는 히말라야 영봉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장관을 이루는 전망대가 되기도 한다.
푸나카의 초입 작은 마을 앞에 있는 이 탑은 마을 탑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마을 앞길 바로 옆에 위치해 있어 오가면서 탑돌이를 할 수 있고 주변에 많은 룽다가 있어 더욱 종교적인 신성성을 강조해 주고 있다. 이러한 탑들은 마을 대부분의 지역에 있어 부탄의 불교가 생활 속에서 공존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동부 부탄에서도 북쪽의 끝자락 산골 아우쵸(Autsho) 마을에서 만난 이 탑은 티베트양식이다. 산골에 티베트양식으로 이렇게 큰 탑이 조성된 이유는 이곳이 예전에는 티베트와 교류가 이루어졌던 교역로 위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외부에 부탄이라는 나라는 행복의 나라, 은둔의 나라, 그리고 히말라야의 작은 왕국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알려진 이유는 부탄사람들의 가슴에 항시 불교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의 마음에는 항시 행복함과 안정감이 내재되어 있고, 생명을 존중하면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이러한 마음에서 형성된 부탄의 불교사원은 소박함이 묻어나는 그러한 모습으로 조성되었다.
그래서 수많은 외부의 침략을 받았음에도 전통문화를 지켜가면서 삶과 종교가 함께하는 아름다운 불교의 나라로 남아있는 것이다.

곰푸 푸라.
중부 부탄 통사 드죵.
팀푸국립기념탑. 1947년에 조성됐다.
쿠르지 라캉 사원. 부탄 불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사원으로 꼽힌다.
심토카 드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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