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 일산에 사는 주부 불자입니다. 저는 마음먹고 100일 기도를 하려고 하는데, 생각처럼 잘 되지가 않아요. 자꾸 일정을 놓쳐 100일을 다 채우지 못합니다. 하루 어기면 다음날 두 배로 기도를 하곤 하는데 이게 엄청 부담으로 다가오더라고요. 100일 기도를 하다가 지키지 못하는 날이 있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처음부터 다시 100일 기도를 시작해야 하나요?

답 : 100일이 어렵다면 삼칠일 기도부터 시작해보세요. 삼칠일이 21일이잖아요. 백일기도니 천일기도니 만일기도니 기도를 쭈욱 이어가시는데요. 3일 기도부터 시작해서 조금씩 기도 기간을 늘려가는 것도 좋습니다. 3일, 7일, 21일, 49일, 100일 이렇게 늘려가면 됩니다.
가장 편안하게 기도할 수 있는 시간을 정해서 늘 같은 시간에 기도해야 해요. 시간대가 고정되지 않으면 일에 쫓겨 못하는 경우가 많죠. 잘 것 다 자고, 할 것 다 하고 기도하는 건 말이 안 됩니다. 기간을 정했으면 그 기간은 안거기간이다 생각하고 매일 기도를 하셔야 해요.
입제와 회향은 절에서 부처님 앞에서 하는 것이 다짐도 되고 좋겠죠.
그런데 하루 못했으면 그 다음날부터 이어가면 됩니다. ‘염염상속(念念相續)’이라는 말이 있어요. 잠시도 끊이지 않고 계속 이어서 기억한다는 뜻인데요. 백일기도 기간에 하루 못했어도 마음으로는 염염상속 하고 있잖아요. 회향일이 하루 미뤄진다 생각하고 기도하세요. 하루도 빼먹지 않고 이어서 기도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못한 날에 대해서 미련을 갖고 전전긍긍하다보면 기도하는 의미가 없어지는 거예요.
관세음보살 정근을 하는 염불선은 한 자리에서만 할 수 있는 건 아니니 준비된 곳에서 기도를 못하게 된다면 마음속으로라도 열심히 관세음보살을 외우세요. 형식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간절함과 믿음이거든요.

문 : 저는 7년째 우울증 약을 복용하고 있습니다. 원래는 종교가 없었는데, 2년 전 지인의 권유로 절에 다니면서부터 마음의 병도 많이 나아진 상태입니다. 절에 오면 마음이 편하지만 일상생활을 하다보면 우울감이 들 때가 많네요. 다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저는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고 하는 일마다 잘 되질 않다보니 인생에 대한 회의와 안 좋은 생각이 들어 몇 번의 자살시도를 해 본 적이 있습니다. 이런 저를 가족들이 더 불안해하며 걱정합니다. 스님, 절에서는 그 누구에게도 이런 고민을 얘기한 적이 없어요. 자살 또한 불교에서는 큰 죄라고 하던데, 제 마음을 잡을 수 있게 좋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답 : 지금까지 잘 버티셨습니다. 칭찬해드리고 싶네요. 앞으로도 이렇게 절에 와서 부처님과 관세음보살님을 의지해서 잘 견디실 거라 믿습니다.
인간의 욕망은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존재하려는 욕망’의 이면에는 항상 ‘존재하지 않으려는 욕망’이 자리 잡게 마련이에요. 자살의 경우 ‘존재하지 않으려는 욕망’의 표현으로 볼 수 있죠.
그런데 불교는 인간을 타고난 욕망의 노예로 규정짓고 있지 않아요. 업력이라 부르는 욕망은 비록 현세의 삶에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기는 하지만 여전히 인간에게는 언제든 그 업력을 바꾸고 넘어설 가능성과 힘이 있거든요.
부처님께서 타고난 숙명은 없다고 강조하시는 것도 내 노력에 의해 내 삶이, 내 미래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에요. 자살이라는 욕망에 올가미를 매고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욕망을 제어하고 바꾸며 초월할 수 있는 것이 인간입니다.
불자님도 내가 주인공이라는 생각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우울증 약은 꼬박꼬박 잘 챙겨 드시고 매일 스스로에게 주문을 거세요. 마인드 컨트롤을 하는 겁니다. 오늘도 살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나는 가족의 사랑을 받는 존재입니다. 나는 지금보다 나은 삶을 살아갈 자격이 있는 사람입니다. 나는 부처님의 자식, 불자입니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스스로에게 다짐을 하세요. 반드시 입 밖으로 염불하듯이 하세요. 그리고는 관세음보살을 외치면서 기도하듯 마무리하고, 불보살님에게 의지하세요.
불자라면 반드시 지켜야 하는 오계 중 제일 첫째가 불살생계입니다. 부처님께서는 많은 동물을 죽여 제사 지내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했으며, 사람은 물론, 동식물조차 함부로 훼손하지 못하게 할 만큼 생명을 존중하셨어요.
부처님은 자살을 선택하는 비구들에게 자아에 대한 집착과 욕망을 극복했는가를 물으며 결국 자살이 또 다른 악업을 짓는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잡아함’의 〈발가리경〉, 〈차마경〉, 〈천타경〉 등에서는 부처님께서 자살을 선택하려는 비구들에게 ‘자아에 대한 집착과 욕망을 극복했는가’를 물어요. 집착이 남아있는데 현실의 고통을 못 이겨 도피처로 죽음을 선택하면 이는 윤회의 원인이 될 뿐이라는 지적인 거죠.
사람 몸으로 태어나는 것이 어렵고, 사람 몸으로 태어나 불법을 만나는 건 더 어렵다고 했어요. 이제 불교와 인연을 맺었으니 마음 닦는 수행을 하면서 우울증을 잘 물리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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