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이기 보단 집 밖으로 내보내세요.

문 : 스님, 안거의 유래가 생명존중에서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맞는 건가요? 그리고 조금 엉뚱한 질문인데, 우리 불교에서는 살아있는 것을 죽여서는 안 된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여름이면 극성인 파리나 모기, 무서운 바퀴벌레도 죽이면 안 되는 것인가요?

답 : 먼저 안거에 대한 말씀을 드리자면 불살생의 계율이 그 근간에 깔려있는 것이 맞습니다. 안거는 불교의 오랜 전통이에요. 남방불교에서는 여름 한 차례만, 북방불교에서는 여름과 겨울 두 차례를 나고 있는데요. 외부 출입을 끊고 수행에만 전념하는 것이 원칙이죠.

사실 안거는 부처님 당시에 있던 인도 고유의 풍습이었어요. 부처님께서는 제자들이 우기에도 운수행각을 하다가 초목과 벌레들을 자기도 모르게 죽이게 되자, 돌아다니지 말고 한 자리에 머물러 수행하라고 안거 제도를 도입하셨어요. 우기 때에는 돌아다니기 불편할 뿐 아니라, 벌레들이 왕성하게 활동하는 시기였기 때문이죠.

당나라 현장 스님이 인도와 중앙아시아를 만행하며 저술한 〈대당서역기〉에는 “4월16일부터 7월15일까지의 안거를 전안거라 하고, 5월16일부터 8월15일까지의 안거를 후안거라 한다”고 적혀 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하안거와 동안거를 채택했죠. 열대지역인 인도와 달리 사계절의 변화가 뚜렷해 추운 겨울에도 안거가 필요했으니까요.

곤충에 대한 질문도 하셨는데요. 불교 문헌에서는 불살생의 대상에 대해서 ‘살아 있는 존재’라고 총칭하여 말하거나 존재의 ‘생명’을 거론하고 있어요. 살아 있는 존재는 인간뿐만이 아니죠. 때문에 불살생을 말할 때 곤충도 다 포함하는 겁니다.

참된 불자라면 사랑하는 마음으로 중생에게 즐거움을 베풀어주고, 가여워하는 마음으로 중생들의 괴로움을 건져주어야 해요. 이때 내는 사랑하는 마음과 가여워하는 마음이 바로 자비심입니다. 그런데 이 자비는 다른 중생만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을 위하는 거예요. 자비는 우리를 깨달음의 길로 인도하는 지름길이요, 부처를 이룰 수 있게 하는 덕행이거든요.

그러니 벌레를 죽이려 하기 보단 집 밖으로 내보내려고 노력해보세요. 기도하는 마음으로, 자비심을 떠올리면서요. 처음에는 쉽지 않겠지만 노력해서 습관이 되면 살생을 줄이고 덕행을 쌓을 수 있는 좋은 수행이 될 겁니다.

문 : 저는 7년째 우울증 약을 복용하고 있습니다. 원래는 종교가 없었는데, 2년 전 지인의 권유로 절에 다니면서부터 마음의 병도 많이 나아진 상태입니다. 하지만 절에 오면 마음이 편하지만 일상생활을 하다보면 우울감이 들 때가 많네요. 인생에 대한 회의와 안 좋은 생각이 들어 몇 번의 자살시도를 해 본 적이 있습니다. 자살 또한 불교에서는 큰 죄라고 하던데, 제 마음을 잡을 수 있게 좋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답 : 지금까지 잘 버티셨습니다. 칭찬해드리고 싶네요. 앞으로도 이렇게 절에 와서 부처님과 관세음보살님을 의지해서 잘 견디실 거라 믿습니다.

인간의 욕망은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존재하려는 욕망’의 이면에는 항상 ‘존재하지 않으려는 욕망’이 자리 잡게 마련이에요. 자살의 경우 ‘존재하지 않으려는 욕망’의 표현으로 볼 수 있죠. 그런데요. 불교는 인간을 타고난 욕망의 노예로 규정짓고 있지 않아요. 업력이라 부르는 욕망은 비록 현세의 삶에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기는 하지만 여전히 인간에게는 언제든 그 업력을 바꾸고 넘어설 가능성과 힘이 있거든요. 부처님께서 타고난 숙명은 없다고 강조하시는 것도 내 노력에 의해 내 삶이, 내 미래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에요. 자살이라는 욕망에 올가미를 매고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욕망을 제어하고 바꾸며 초월할 수 있는 것이 인간입니다.

불자님도 내가 주인공이라는 생각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우울증 약은 꼬박꼬박 잘 챙겨 드시고 매일 스스로에게 주문을 거세요. 마인드 컨트롤을 하는 겁니다. 오늘도 살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나는 가족의 사랑을 받는 존재입니다. 나는 지금보다 나은 삶을 살아갈 자격이 있는 사람입니다. 나는 부처님의 자식, 불자입니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스스로에게 다짐을 하세요. 반드시 입 밖으로 염불하듯이 하세요. 그리고는 관세음보살을 외치면서 기도하듯 마무리하고, 불보살님에게 의지하세요.

불자라면 반드시 지켜야 하는 오계 중 제일 첫째가 불살생계잖아요. 부처님께서는 많은 동물을 죽여 제사 지내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했으며, 사람은 물론, 동식물조차 함부로 훼손하지 못하게 할 만큼 생명을 존중하셨어요.

잡아함의 〈발가리경〉 〈차마경〉 〈천타경〉 등에서는 부처님께서 자살을 선택하려는 비구들에게 ‘자아에 대한 집착과 욕망을 극복했는가’를 물어요. 집착이 남아있는데 현실의 고통을 못 이겨 도피처로 죽음을 선택하면 이는 윤회의 원인이 될 뿐이라는 지적인 거죠.

사람 몸으로 태어나는 것이 어렵고, 사람 몸으로 태어나 불법을 만나는 건 더 어렵다고 했어요. 이제 불교와 인연을 맺었으니 마음 닦는 수행을 하면서 우울증을 잘 물리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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