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구원할 보살님 오는구나’ 생각하세요.

문 : 스님, 두 달 전에 어머니께서 직장암으로 병원에 계시다가 얼마 전에 호스피스 병동으로 옮겼습니다. 호스피스 병동에는 간병인이 있지만 어머니가 병원에서 돌아가실 가능성이 더 많다고 하여 저희 자녀들이 매달려 계속 간병을 하고 있어요. 그런데 음식을 드시면 안 되는데 자꾸 음식을 많이 드시려고 해요. 조금 막무가내셔서 순간 짜증이 나기도 하는데 그럴 때면 예전에 어머니한테 짜증을 많이 내고했던 일들이 생각나면서 오히려 참회를 하게 됩니다. 이런 마음으로 참회 기도를 몇 번 올렸는데 어머니께 어떤 기도를 해드려야 할까요? 언제 가실지 모르는 어머니를 보고 있는 것이 힘든 마음일 때가 많습니다.

답 : 어머니는 내가 어려서 투정부리고 사춘기 때 짜증 부리던 걸 다 받아주셨잖아요. 내가 자식한테 하듯 너그러운 마음으로 어머니를 대한다면 어머니의 막무가내가 조금은 수월하게 받아질 겁니다.

어머니 앞에서 〈부모은중경〉을 읽어주세요. 그리고 부처님 열반상을 보여주시고 매일 편안한 잠을 이룰 수 있도록 위로해주세요. 음식을 자꾸 드시려고 하면 옛날이야기, 어머니가 살아온 이야기 등을 물어보며 주위를 환기시켜주세요. 당신의 고통을 먹는 행위로 풀려는 모습 같아 보입니다. 마음에 가득 찬 고통을 해소하는 방법을 자녀분들이 바꿔주셔야 해요. 참회기도와 더불어 이만큼 날 키워줘서 감사합니다. 어머니 감사합니다. 어머니가 제 관세음보살입니다. 이렇게 기도하세요.

불교는 자비의 종교예요. 우리가 봉사하고 관세음보살 기도를 하며 나와 가족의 울타리를 넘어 이 세상 모든 중생에게 자비를 베풀며 살겠다고 발원을 하잖아요. 남한테도 자비를 베풀겠다 결심하고 봉사도 하는데 어머니잖아요. 화가 나고 짜증을 내도 어머니니까 서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부분이 분명히 있죠.

많은 공덕 중에서도 간병을 하는 공덕이 최고라고 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병든 비구를 공양하는 것은 나를 공양하는 것과 같다고 말씀할 정도였어요. 지금 어머님은 불자님에게 수행으로 공덕을 지을 기회를 열어주고 계신 거예요. 얼마나 감사한 일입니까. 삶의 마지막이 행복한 소풍이 되도록 해주는 일이 불자님의 몫입니다.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눕히고 손발이 다 닳도록 키워주신 부모님의 은혜를 갚는 길이라고 생각하세요. 짜증나는 마음을 다스리는 것도, 어머니가 안타까워 눈물 나는 마음을 다스리는 것도 모두 어머니가 선물한 수행입니다. 감사하고 또 감사하게 여겨서 마지막 가시는 길 가족 모두가 마음의 응어리가 남지 않도록 기도하시기 바랍니다.

문 : 스님, 저희 아들은 올해 마흔 일곱입니다. 예전보다 결혼이 많이 늦어졌다고는 하지만 오십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니 ‘나 죽기 전에 장가보내야 하는데……’ 하고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아들이 베트남 여성과 선을 보겠다고 하네요. 요즘에는 이렇게 결혼하는 사람들이 많다고는 하는데, 막상 아들이 이런 말을 꺼내니 솔직히 제가 감당이 안 됩니다. 이런 마음도 제 편견인가 싶기도 하고요. 아들은 계속 이야기를 하는데 제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답 : 결혼은 하는 당사자가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죽기 전에 장가가는 걸 볼 수 있어졌는데 왜 거부하십니까? 아들이 장가가는 게 중요하세요? 아니면 장가를 꼭 한국여자에게 들었으면 좋겠다가 더 우세하세요? 지금 한국여성과 결혼할 방법이 없으니 베트남 여성과 선을 보겠다는 선택을 한 거잖아요. 반대하면 죽기 전에 장가가는 거 못 볼 수도 있는데 괜찮으시겠어요?

인간은 누구나 욕심을 냅니다. 자식이 태어나기 전에는 사지 육신 멀쩡하게 태어났으면 좋겠다고 소원 빌고 멀쩡하게 태어나면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하고, 건강하게 자란다 싶으면 공부도 잘했으면 좋겠고 좋은 대학 갔으면 좋겠고 좋은 직장 가졌으면 좋겠고 욕심이 한도 끝도 없이 늘어납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깨달음을 방해하고 중생의 행복한 삶도 방해하는 근원을 탐진치 삼독이라고 말씀하셨잖아요. 첫 번째로 뽑은 게 바로 욕심입니다. 욕심이 나쁜 게 아니라 욕심 때문에 속 끓이고 애 태우는 중생심이 나쁜 거예요. 욕심의 노예가 되지 말라고 부처님께서는 누누이 강조하셨거든요.

아드님이 오십을 바라보는 나이라면서요. 그 나이에도 아드님의 결정에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건 자식을 바보로 만드는 행동이에요. 결혼 안 해서 철이 안 들었으니 부모가 간섭하는 겁니까? 20대에 결혼했으면 자식을 결혼시킬 수도 있는 나이잖아요.

아드님의 결정을 존중해주세요. 장가 못 가고 죽을까봐 걱정하는 건 덜어드리고 있잖아요. 베트남인이면 어떻고 한국인이면 어떻습니까. 서로 마음 맞는 짝을 만나 정붙이고 사랑하고 살면 국적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아요. 서로 다른 문화는 이해하고 배려하면 됩니다. 불자님이 보살의 마음으로 대하면 문제될 게 아무 것도 없어요.

장가 못간 아들 구원해줄 보살님이 오는구나 하는 자비의 마음으로 아드님의 결정을 존중해주시고, 만약 아드님이 결혼하시면 며느리에게도 자비의 마음으로 잘 대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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