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 거목 한승원 작가의 자전적 산문집
한승원 지음ㆍ김선두 그림/불광출판사/16,000원

한국문단에서 문인들에게 존경과 찬사를 받는 ‘작가들의 스승’ 한승원. 그를 향한 존경은 등단 52년이라는 세월의 무게 때문만은 아니다. 작가로서의 치열함과 스스로를 냉혹하게 다스리며 변화하는 자기 갱신에 있다.

2018년 새봄과 함께 찾아온 신작 산문집 <꽃을 꺾어 집으로 돌아오다>에는 작가의 성실함과 치열함이 꼿꼿하게 살아있다. 책은 작가가 20여 년 동안 고향 장흥의 해산토굴에서 쓴 ‘나를 가장 잘 알려 줄 수 있는 글’을 모은 것이다.

이번 산문들은 ‘아버지의 의지와 상반되는 쪽으로 황소처럼 나아가던 아들’의 나날에서 자꾸만 ‘슬픈 눈이 되어버리는 늙은 아비’의 시간까지, 작가가 통과해 온 세월을 아우르고 있다. 또 ‘풀 베고 책 읽고 글 쓰고 명상하고’, ‘땅끝 바닷가 토굴’의 소소한 일상을 따라가노라면 ‘이쯤해서 자신을 성찰해보라’는 작가의 은근한 권유를 받기에 이른다.

등단 52년, 어느덧 작가는 생의 말년을 지나고 있다. 문득 화장실 거울 속에 비친 ‘부스스한 반백의 늙은’ 얼굴에 놀라고, 이유 없이 몸살을 자주 앓고, ‘하느님이 나를 솎아내려고 한다’고 직감하기도 한다. 그러나 오랫동안 사유와 성찰의 습(習)을 익힌 작가는 곧 ‘하느님이 솎는 대로 솎아지지 않겠다’며 ‘아직은 버팅기겠다’, ‘폴 발레리처럼 살려고 분투하겠다’고 다짐한다. ‘원래 존재하지 않았던 우리’이지만 분명하게 존재해 있는 지금 이 순간은 최선을 다해 살아내겠다는 것이다. 책을 읽다보면 ‘어쩌면 삶이란, 온전하게 살지 못하도록 이끄는 수많은 유혹과의 싸움이 아닐는지’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책의 말미에 있는 부록 ‘사랑하는 아들딸에게 주는 편지’는 작가가 독감으로 병상에 누워 있을 때 쓴 글로 동시대 젊은이들에게 보내는 희망의 조언을 담았다.

한승원 작가는 “책을 본다면 선문답을 하면서 사는 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자 한승원 작가는 1939년 전남 장흥에서 태어나 서라벌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교사 생활을 하며 작품 활동을 병행하다가 1968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목선>이 당선돼 등단했다. 현대문학상, 한국문학작가상, 이상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한국불교문학상, 미국 기리야마 환태평양 도서상, 김동리문학상 등의 문학상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소설집 <앞산도 첩첩하고>ㆍ<안개바다>ㆍ<미망하는 새>ㆍ<폐촌>ㆍ<포구의 달>ㆍ<내 고향 남쪽바다>ㆍ<새터말 사람들>ㆍ<해변의 길손>ㆍ<희망 사진관>, 장편소설 <아제아제 바라아제>ㆍ<해일>ㆍ<동학제>ㆍ<아버지를 위하여>ㆍ<까마>ㆍ<시인의 잠>ㆍ<우리들의 돌탑>ㆍ<연꽃바다>ㆍ<해산 가는 길>ㆍ<꿈>ㆍ<사랑>ㆍ<화사>ㆍ<멍텅구리배>ㆍ<초의>ㆍ<흑산도 하늘길>ㆍ<추사>ㆍ<다산>ㆍ<원효>ㆍ<보리 닷 되>ㆍ<피플 붓다>ㆍ<항항포포>ㆍ<겨울잠, 봄꿈>ㆍ<사랑아, 피를 토하라>ㆍ<사람의 맨발>ㆍ<달개비꽃 엄마>, 산문집 <허무의 바다에 외로운 등불 하나>ㆍ<키 작은 인간의 마을에서>ㆍ<푸른 산 흰 구름>ㆍ<이 세상을 다녀가는 것 가운데 바람 아닌 것이 있으랴>ㆍ<바닷가 학교>ㆍ<차 한 잔의 깨달음>ㆍ<강은 이야기하며 흐른다>, 시집 <열애일기>ㆍ<사랑은 늘 혼자 깨어있게 하고>ㆍ<달 긷는 집>ㆍ<사랑하는 나그네 당신>ㆍ<이별 연습하는 시간> 등이 있다.

한승원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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