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조계종 설정 총무원장 예방자리서 ‘정교분리’ 강조
설조 스님 단식장 방문도…“건강 생각해 단식 멈추길”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과 이용선 청와대 사회혁신수석이 환담을 나누고 있다.

이용선 대통령비서실 시민사회수석비서관이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을 방문, 현재 조계종단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사태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의 뜻을 전했다. 또 설조 스님 단식장을 찾아 ‘단식중단’을 정중히 요청했다.

이용석 수석은 7월 20일 오후 2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4층 접견실에서 설정 스님과 환담을 나눴다.

이 자리에서 설정 스님은 “바쁜데 찾아와줘서 고맙다. 최근 종단 내부에 일들이 있어서 청와대에서 염려하는 것 같다.”면서 “종단 대표자로서 미안하게 생각한다. 다만 우리도 갈등이 빨리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설정 스님은 “종단 내부 일에 대해 정부가 한쪽 편에 서서 속단하는 일은 없길 바란다. 조계종단의 안정은 사회ㆍ국가의 안정이고, 종단이 불안해지면 사회ㆍ국가가 어수선해진다.”며 “우리 종단은 자율적으로 충분히 자정하고, 모든 것을 해결하는 방법이 있다. 문제들을 잘 정리할테니, 과거 정부가 종교계를 길들인다는 명목으로 관여하는 그런 행위는 없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이용선 수석은 “원장스님의 말씀은 타당하다. 기본적으로 우리나라는 정교가 분리돼 있다. 특히 불교는 가장 오래된 종교고, 국민들에게 뿌리 깊은 종교기 때문에 내부 문제는 스스로 정리될 거라 믿는다.”면서 “부임한 이후 인사를 드리지 못해 인사차 방문했다.”고 말했다.

또 이용선 수석은 설조 스님 단식장 방문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님이 연세가 많은데 30일이 지나도록 단식을 해서 생명을 우려해서 몸 상태를 살피고, 단식중단을 권유하라는 요청으로 가는 것”이라며 “대통령님도 불교 내부 일은 스스로 정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신다. 정부는 종교 내부 문제에 대해 개입의사가 일체 없다.”고 단언했다.

이후 환담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환담이 끝난 후 이영선 수석은 조계종 적폐청산을 주장하며 31일째 무기한 단식(7월 20일 기준)을 진행하고 있는 설조 스님을 찾았다.

이용선 수석은 “31일째 단식 중이신데 이제 스님의 뜻을 많은 사람이 알게 됐으니 단식을 중단하셨으면 좋겠다. 무엇보다도 생명이 중요하다.”면서 “건강이 위중하니 하루속히 단식을 중단하고, 건강을 회복해 불교계를 정화하시길 바란다. 문재인 대통령님도 간곡하게 전달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에 설조 스님은 “조계종단이 근 10년 가까이 분규가 있었다. 유감스럽게 생각하지만 비리 당사자들은 그들의 비리를 지적한 사람들을 탄압했다.”며 “비리가 있는 사람들의 만행을 외면할 수 없어서 경종을 울리기 위해 단식을 시작했다. 대통령님 뜻은 알겠지만 단식을 중단할 수 없으니 죄송하다고 전해달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영국 조계종적폐청산연대 공동대표가 전통사찰방재시스템 사업 비리, 설정ㆍ현응 스님의 배임ㆍ횡령 의혹 등 특혜 없는 공정한 수사를 해주길 요청했다.

이 수석은 “세부사항까지는 모르지만 우리나라는 법치국가다. 법이 처리할 일은 법이 처리해 줄 것”이라며 “범법 행위가 있었다면 법이 정하는 대로 처벌받지, 법 원칙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다. 또한 불교 내부 자정 변화는 내부에서 해결하는 게 원칙이다. 종교 내부 문제에 대해서는 정교분리”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이 수석은 설조 스님에게 “계속되는 폭염에 건강한 사람도 쓰러지고 있다. 스님 문제 제기는 충분하니 후학에게 맡기고 병원에서 꼭 치료하길 바란다.”고 염려했으나 설조 스님은 “많은분들이 내 걱정을 하는데 내 건강보다는 불교가 위험하다. 사람으로 치면 신경마비다. 나는 내일을 기약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단식 중인 설조 스님을 찾은 이용선 수석.
이용선 수석이 설조 스님의 손을 잡고 단식 중단을 요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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