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천수관음보살도. <사진=문화재청>

문화재청, 18세기 궁중회화 ‘기사계첩’ 국보 승격 추진

‘고려 천수관음보살도’ 등 3건의 문화재가 보물로 지정될 전망이다.

문화재청(청장 정재숙)은 11월 22일 ‘고려 천수관음보살도’와 불교 경전, 조선시대 목판 등 3건을 보물로, 18세기를 대표하는 궁중회화인 보물 제929호 ‘기사계첩’을 국보로 승격 지정을 예고했다.

‘고려 천수관음보살도’는 14세기 경에 제작된 제작됐으며, 중생을 구제하는 관음보살의 자비력을 극대화한 불화다. 천수관음은 각기 다른 지물(持物)을 잡은 40~42개의 큰 손과 눈이 촘촘하게 그려진 작은 손을 가진 모습으로 표현돼 있다.

이 불화는 오랜 세월을 지나면서 변색됐으나, 11면의 얼굴과 44개의 손을 지닌 관음보살과 원형 광배, 선재동자, 금강산에서 중생이 떨어지는 재난을 묘사한 타락난(墮落難) 등 관음신앙과 관련된 경전 속 도상이 충실하게 그려져 있다.

이 불화는 고려불화 중 현존하는 유일한 천수관음보살도로 알려져 있다. 아울러 다채로운 채색과 금니(金泥)의 조화, 격조 있고 세련된 표현 양식 등 고려불화의 전형적인 특징이 반영된 작품으로, 종교성과 예술성이 어우러진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제진언집 목판(諸眞言集 木板)'은 1658년(효종 9년) 강원도 속초 신흥사에서 다시 새긴 ‘중간(重刊) 목판’으로, '불정심다라니경(佛頂心陀羅尼經)', '제진언집목록(諸眞言集目錄)', '진언집(眞言集)'등 3종으로 구성돼 있다. 이 목판은 1569년(선조 2년)에 안심사에서 처음 판각했으나, 안심사본 목판은 현재 전하지 않아 신흥사 소장 목판이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판본이다.

한글ㆍ한자ㆍ범어(梵語)가 함께 기록된 희귀한 사례에 속하며 16~17세기 언어학과 불교의례 연구에 도움이 되는 자료다. 또 신흥사에서 수륙재(水陸齋) 등과 관련된 불교의례가 빈번하게 시행된 사실을 감안할 때 강원도 지역의 신앙적 특수성과 지리ㆍ문화적인 성격, 지역 불교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학술적 가치가 크다는 평가다.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목판본은 조선 초기 명필가 성달생(成達生)과 성개(成槪) 형제가 부모의 명복을 기원하기 위해 <법화경(法華經)>을 정서(精書)한 판본(板本)을 바탕으로 1405년(태종 5년) 전라북도 완주군의 안심사(安心寺)에서 신문(信文) 스님이 주관해 간행한 불경이다.

7권 2책으로 구성된 완질본으로, 권4에는 변상도(變相圖)가 6면에 걸쳐 수록돼 있고 판각도 정교하다. 구결(口訣)이 전반적으로 표기돼 있고, 한글로 토(吐)가 달려 있어 조선 초기 국어사 연구 자료로도 가치가 있다는 평가다. 판각 이후 오래지 않은 시기에 인출된 책으로, 간행 당시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고 발문을 통해 조선 초기 불경의 간행 방식과 상황을 파악할 수 있어 서지학과 불교사 연구에 학술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사계첩(耆社契帖)’은 1719년(숙종 45년) 숙종이 59세 때 기로소(耆老所)에 들어간 것을 기념한 행사에 참여한 관료들이 계(契)를 하고 궁중화원에게 의뢰해 만든 서화첩이다. 행사는 1719년에 시행됐으나 참석자들의 초상화를 그리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 1720년에 최종 완성됐다.

계첩은 기로신 중 한 명인 문신 임방(任埅, 1640~1724년)이 쓴 서문과 경희궁 경현당(景賢堂) 연회 때 숙종이 지은 글, 대제학 김유(金楺, 1653~1719년)의 발문, 각 의식에 참여한 기로신들의 명단, 행사 장면을 그린 기록화, 기로신 11명의 명단과 이들의 반신(半身) 초상화, 기로신들이 쓴 축시(祝詩) 등으로 구성돼 있다.

계첩에 수록된 그림은 화려한 채색과 섬세하고 절제된 묘사, 명암법을 적절하게 사용해 사실성이 돋보이는 얼굴 표현 등 조선 후기 ‘궁중행사도’ 중에서도 최고 수준을 보여준다. 첩의 마지막 장에 제작을 담당한 도화서 화원의 이름이 기록된 것도 ‘기사계첩’의 특징이다. 제작 당시의 원형을 거의 유지하고 있고, 보존상태가 좋고 완성도가 매우 높아 조선시대 궁중회화의 대표작으로 손색이 없어 국보로 승격할 가치가 충분하다는 평가다.

<묘법연화경> 목판본. <사진=문화재청>
제진언집 목판. <사진=문화재청>
기사계첩 중 '기사사연도'. <사진=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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