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 999호 목조희랑대사상(930년, 해인사) <사진제공=국립중앙박물관>

국립중앙博, 韓ㆍ美ㆍ英 등 5개국 46기관 450여 점
북한 ‘태조왕건상’ 자리 비워둔 채 12월 4일 개막

고려 건국 1100주년을 맞아 전 세계에 흩어진 고려의 유물이 한 자리에 모인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배기동)은 고려 건국 1100주년을 기념해 12월 4일부터 2019년 3월 3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특별전 ‘대고려918∙2018 그 찬란한 도전’을 개최한다. 이번 대고려 특별전에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ㆍ영국ㆍ이탈리아ㆍ일본 등 5개국 46개 기관이 소장하고 있는 고려 문화재 450여 점이 전시된다.

대고려 특별전은 과거의 장르별 전시와는 달리 고려 미술을 종합적으로 보여준다는 취지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번 전시에는 고려를 대표하는 불화ㆍ불상ㆍ목판ㆍ청자 금속공예품 등이 출품된다.

네 가지 테마로 구성된 전시의 첫 번째 이야기는 ‘고려의 수도, 개경’에서 출발한다. 전시품 은제 금도금 주자와 받침(12세기, 보스턴 박물관), 청자 꽃모양 발(12세기, 오사카시립동양도자미술관) 등을 통해 고려의 다양한 물산과 교류 양상을 살펴볼 수 있다.

특히 고려를 개국한 왕건의 스승인 건칠 희랑대사의 좌상은 국내 유일의 승려 초상 조각으로, 천 년 만에 해인사 산문을 나와 일반에 공개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번 전시를 위해 북한에 ‘태조 왕건’ 상(10-11세기, 북한 국보 평양 조선중앙역사박물관)을 요청했지만 대여가 확정되지 않았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조성된 후 한 번도 마주한 적 없는 스승과 제자의 만남을 고대하는 의미로 태조 왕건상의 자리를 비워놓은 상태다.

두 번째 이야기는 ‘고려 사찰로 가는 길’이다. 고려시대에는 불교ㆍ유교ㆍ도교 등 다양한 사상이 공존했다. 지역에 따라 전개된 고려의 불상뿐만 아니라 불상 내부에 납입된 복장물 등 동북아시아 불교 의례의 보물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이 중 청양 장곡사의 약사여래좌상은 천 명이 넘는 승속(僧俗)이 발원한, 고려를 대표하는 보물이다. 10미터가 넘는 발원문에는 병마가 삶에서 비껴가길 기원했던 700년 전 승속의 바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외에도 가장 오래된 화엄경 목판인 <대방광불화엄경> 수창연간판(1098년, 해인사), 건칠보살좌상(14세기, 국립중앙박물관), 아미타여래도(14세기, 이탈리아 동양예술박물관) 등이 전시된다.

세 번째 이야기는 ‘차가 있는 공간, 고려의 다점(茶店)’이다. 차는 국가와 왕실, 사찰 의례와 행사 등 고려인과 함께 존재했던 문화로, 차 향기 가득한 다점에서 수준 높은 지식ㆍ문학ㆍ예술 그리고 다양한 향유 계층을 만날 수 있다. 전시품으로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청자 투각 의자와 염소(고려 14세기) 등을 볼 수 있다.

전시 마지막 이야기는 ‘고려의 찬란한 기술과 디자인’이다. 무수한 시도를 거쳐 이뤄냈을 금속활자 인쇄술은 물론 예술의 정점을 이룬 고려의 공예 미술도 엿볼 수 있다. 대표 전시품으로는 금속활자 ‘복’(국립중앙박물관), 청자 동화 모란ㆍ넝쿨무늬 완(13세기, 영국박물관) 등을 선보인다.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은 12월 3일 언론공개회에서 “고려가 이룬 창의성과 독자성 그리고 다양한 문화를 섭렵한 융합성과 예술성은 우리 안에 흐르고 있는 또 하나의 유전자다. 현재 우리가 지향해야 할 가치가 중세 왕조 안에 갖춰져 있기에 이번 특별전이 갖는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박물관은 이번 전시를 기념해 12월 15일 한국미술사학회와 함께 학술대회를 열고, 전문가를 초청해 연계 학술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가장 오래된 화엄경 목판(1098년, 해인사) <사진제공=국립중앙박물관>
염소(14세기 추정, 국립중앙박물관) <사진제공=국립중앙박물관>
은제 금도금 주자와 받침(12세기, 보스턴박물관) <사진제공=국립중앙박물관>
수월관음도(10세기, 영국박물관) <사진제공=국립중앙박물관>
청자 꽃모양 발(12세기, 오사카시립동양도자미술관) <사진제공=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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