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칼럼(276호)

풍요와 복을 상징하는 돼지의 해, 기해년(己亥年) 새해가 밝았습니다. 사람들은 새해 첫날이 되면 누구나 희망과 기대에 부풀기 마련입니다. 올해는 ‘황금돼지해’라고 해서 ‘복(福)’에 대한 관심이 유달리 많다고 합니다.

복이란 우리가 세상을 살면서 누리는, 좋아하고 만족할만한 행운을 말합니다. 이러한 행운은 스스로 축적해서 얻는 것이지, 누가 거저 가져다주는 게 아닙니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작복(作福)을 강조합니다. 스스로 복을 지을 때 행복을 성취할 수 있다는 가르침입니다. 물론 인생을 살다보면 어느 날 갑자기 복권처럼 커다란 행운이 찾아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경우도 불교의 가르침에 따르면 일시적 행운에 불과할 뿐, 나중에 반드시 갚아야 할 부채(負債)입니다.

팔만사천의 법문에 고루 나오는 최고의 작복은 나눔과 베풂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항상 나누고 베푸는 곳에서 복이 만들어진다고 설하셨습니다. 무엇을 이루고자 한다면 먼저 나누고 베풀어야 합니다. <잡아함경> ‘명칭경(名稱經)’에는 다음과 같은 부처님 말씀이 나옵니다.

부처님이 사밧티의 기원정사에 계실 때의 일입니다. 하루는 얼굴이 단정하고 기품이 밴 한 장자가 부처님을 찾아와 공손히 예배한 후 물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사람은 어떻게 해야 명예를 얻을 수 있으며, 어떻게 해야 재물을 얻을 수 있습니까? 또 어떻게 하면 덕망이 높아지고, 또 어떻게 하면 좋은 벗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질문을 받은 부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장자여, 명예를 얻고자 한다면 계율을 지키시오. 재물을 얻고자 하면 보시를 행하시오. 덕망을 쌓고자 한다면 진실한 삶을 살고, 좋은 벗을 사귀고자 하거든 먼저 은혜를 베푸시오. 그리하면 그대가 얻고자 하는 모든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요.”

부처님의 말씀을 들은 장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기쁜 마음으로 예배를 올리고 물러났습니다.

다른 사람을 위한 나눔과 베풂은 궁극적으로 자기 자신을 돕는 길이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입니다. 우리는 이웃과 함께 나누면서 살 때 행복 또한 나누어 가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자기 것만 고집하고 인색하게 굴면 모든 것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재산뿐만 아니라 주변의 사람까지 모두 떠나버리게 됩니다.

중국 남북조 시대 <남사(南史)>를 보면 송계아가 천백만금을 주고 여승진이란 사람의 이웃집을 사게 되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백만금 밖에 안 되는 집을 천만금이나 더 주고 샀으니 사람들이 비아냥댔지만 그는 이렇게 연유를 말했습니다.

“백만매택(百萬買宅)이요, 천만매린(千萬買隣)이라.”

‘백만금을 집값으로 지불했고, 천만금은 여승진과 이웃이 되기 위한 대가로 지불했다.’는 뜻입니다. 마치 우리 속담에 ‘세 닢 주고 집사고, 천 냥 주고 이웃 산다.’는 말처럼 이웃과의 관계를 소중히 여기는 그 마음이 갸륵하지 않습니까? <잡아함경> ‘명칭경’에 나오는 “좋은 벗을 사귀고자 하거든 먼저 은혜를 베풀라.”는 부처님 말씀과 상통합니다.

좋은 것을 얻고자 할 때 그 대가는 먼저 베푸는 데 있습니다. 이와 비슷한 가르침이 같은 경 ‘시하득대력경(施何得大力經)’에도 나옵니다.

부처님이 기원정사에 머물고 계실 때 한 장자가 찾아와 보시의 공덕에 대해 여쭈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보시에 대해 묻고자 합니다. 무엇을 보시해야 큰 힘을 얻고, 무엇을 보시해야 단정한 얼굴을 얻고, 무엇을 보시해야 편안함을 얻고, 무엇을 보시해야 밝은 눈을 얻을 수 있는지요? 또 어떻게 해야 모든 것을 보시했다고 말할 수 있는 건지요?”

장자의 물음에 부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큰 힘을 얻고자 한다면 음식을 나누어 주라. 단정한 얼굴을 얻고자 한다면 의복을 나누어 주라. 안락을 바란다면 수레를 보시하고, 밝은 눈을 얻고자 한다면 등불을 보시하라. 또한 모든 것을 보시했다고 말하려면 무엇을 얻기 위해 찾아오는 손님을 기다리는 것이다. 아울러 진리를 중생에게 가르쳐주면 그것이야말로 보시 중에서도 가장 훌륭한 보시라 할 것이다.”

무엇을 얻기 위해 찾아오는 손님을 기다리는 게 보시의 전부라고 할 정도로 부처님은 적극적인 나눔과 베풂을 강조하셨습니다.

풍요와 복을 상징하는 돼지의 해입니다. 황금돼지해를 맞아 월간<금강>의 독자들이 먼저 나눔과 베풂을 실천해 진정한 행복을 누렸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러한 작복의 문화가 사회 구석까지 닿는다면, 우리 사회에 따뜻한 웃음꽃이 활짝 피어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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