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대 해외프로그램 통해 ‘여행’ 즐거움 알게 된 후 진로 정해

아시아나항공 김영주 사원이 인천공항으로 출근하고 있다.<사진=정현선 기자>

해외여행 3,000만 시대다. 매년 3,000만 명 이상이 해외를 다녀온다는 말인데, 우리의 살림살이가 그만큼 나아졌다는 얘기고, ‘여행’이 그만큼 우리의 일상 깊숙히 들어왔다는 말일 것이다. 해외에 나가려면 주로 공항 내 체크인 카운터를 통해 출국수속을 진행해야 한다. 이 업무를 담당하는 이들은 항공사 승무원들이다. 이들 중 한 명이 이번 호의 주인공, 김영주(25) 씨다.

2001년 개항한 인천국제공항은 세계 공항서비스 평가에서 12년 연속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지난해 1월에는 제2 여객터미널도 개장해 여행객들이 보다 편리해졌다. 김영주 씨는 아시아나항공 지상직으로 일하기 때문에 두 개의 터미널 중 제1 여객터미널에서 근무한다. 이곳에서 발권과 탑승수속 · 출입국 업무 · 티켓팅 · 안내 등 지상직 승무원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승무원으로 입사

항공사에는 지상 업무를 담당하는 이들을 ‘그라운드 크루(Ground Crew)’, 혹은 ‘그라운드 스탭(Ground Staff)’이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 항공사 승무원으로 일한다고 말하면 비행기 기내에서 근무하며 승객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튜어디스를 떠올리지만, 항공사 승무원은 크게 기내 승무원과 지상직 승무원으로 구분된다.

지상직 승무원도 일반사무직과 공항서비스직으로 나누어진다. 일반사무직은 본사 사무실에서 근무하며 항공권 판매기획 · 경영관리 · 영업기획 · 예약과 발권 · 승무원 스케줄러 등 항공사 행정업무와 관련된 일을 처리한다면, 김영주 씨가 속한 공항서비스직은 여행객들이 공항 내에서 대면하는 항공사 직원을 떠올리면 된다.

김영주 사원이 출국 게이트에서 비행기의 특이사항과
공지사항 등을 확인하고 있다.

그녀의 공항에서의 일과를 살펴보자. 공항에 출근한 후 그녀는 가장 먼저 자신이 맡은 비행기 스케줄을 체크한다. 이어 각 비행기 편에 필요한 서류와 특이사항을 확인한다. 곧바로 열리는 그룹 브리핑에서 각 비행기의 특이사항과 공지사항 등을 공유한 뒤 각자 맡은 게이트에서 본 업무를 시작한다. 비행기에 탑승하는 손님과 승무원 관련 정보가 담긴 서류를 출력해서 기내 승무원에게 전달하면 1차 작업은 끝난다.

다음 작업은 게이트 앞에서 진행한다. 게이트 앞에서 대기하다가 탑승 승인이 떨어지면 손님들을 차례대로 탑승시키는데 탑승권과 여권이 체크되지 않은 승객은 없는지 면밀히 확인한다. 모든 승객이 탑승하면 관제탑은 물론 기장 · 승무원들과 사인을 주고받은 후 비행기문을 닫는다. 이런 과정이 비행기 한 대를 이륙시킬 때까지의 준비과정인데, 보통 하루에 6~7대, 많을 때는 8~10대의 비행기를 맡는다.

적극적인 학교생활이 큰 도움

“여행객의 출입국을 관리하는 공항서비스직을 흔히 지상직의 꽃이라고 말해요. 이 승객을 태워도 될지, 비행기 문을 닫고 출발을 시켜도 되는지를 1차적으로 결정하는 중요한 업무를 맡고 있기 때문이죠. 비행기 한 대가 이륙할 때까지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신속 · 정확하게 일을 처리해야 합니다. 자칫 소홀하게 되면 대형 사고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작은 부분 하나도 놓쳐선 안 되죠. 저 역시 그 중 한 명의 일원으로 사명감을 갖고 근무하고 있습니다.”

김영주 씨는 2018년 2월 천태종립 금강대학교를 졸업했다. 그리고 같은 해 8월, 아시아나항공 지상직으로 입사했다. 취업난이 심각한 요즘 상황을 고려하면 남들에 비해 늦지 않게 취업을 했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녀는 졸업을 코앞에 둔 4학년 2학기 때까지도 진로를 정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래서 대학원 진학을 할까 망설이기도 했다.

그녀는 금강대에서 응용불교학을 공부했다. 부모님이 천태종 강릉 삼개사 신도였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불교는 생활의 일부였다. 대학원 진학을 염두에 뒀을 때도 불교학을 전공하려고 했다. 그런데 마지막에 ‘무엇을 해야 내가 행복할까?’라는 자문을 하면서 진로를 바꿨다. 이런 결정에는 금강대를 다닐 때 경험한 다양한 해외프로그램이 큰 영향을 주었다.

졸업을 앞두고 2017년 12월 라오스로 해외봉사를
다녀왔다. 교육봉사 하면서 만난 현지 아이들과
함께.

그녀는 적극적이고, 활발한 성격이다. 대학생활을 할 때 학교에서 지원해주는 해외프로그램은 빠지지 않고 신청했다. 새로운 경험은 언제나 가슴 설레는 일이었다. 1학년 때 캄보디아로 보름 간 봉사활동을 다녀온데 이어 라오스로도 봉사활동을 다녀왔다. 전공심화 프로그램 과정에서 선발돼 팀원들과 함께 미얀마 명상센터 담마마마까 국제선원을 10일 간 탐방하기도 했다. 그리고 일본 야마나시현(山梨県) 미노부초(身延町)에 있는 미노부산대학교(身延山大學校) 교환학생으로 1년 간 머물렀다.

이밖에 2015년 7월 국가에서 지원하는 프로그램에도 참가했는데, 세계 각국의 청년 1,000여 명이 대만 불광사에 모여 불교에 대한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문화를 공유하는 세미나도 15일 간 다녀왔다. 이런 과정에서 여행의 설렘과 즐거움을 알게 돼 친한 언니와 함께 미국과 캐나다도 여행하며 좋은 인연들을 맺었다.

“금강대학교를 다니는 동안 제게 주어진 기회들은 모두 놓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공부보다는 해외활동 프로그램이 훨씬 더 즐거웠거든요. 누군가는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걸 피곤해하기도 하는데, 저는 그런 과정이 즐거웠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의 경험들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저의 소중한 자산으로 남은 것 같아요.”

(오른쪽)2016년 7월 미얀마 담마마마까 사원에서 선 수련 체험을 끝낸 후 미얀마 대표 불탑인 양곤의 쉐다곤 파고다를 참배했다. (왼쪽)라오스 봉사활동에서 만난 현지 학생들과 운동회 때 찍은 사진.

결국 대학교를 다니며 쌓았던 여러 경험이 여행과 항공업에 대한 흥미로 연결됐고, 현재의 직장까지 이어진 셈이다. 그녀는 재학시절 스펙 쌓기보다는 해외여행에 몰두했기 때문에 토익점수가 크게 높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해외 경험은 아시아나항공 지상직 입사에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다.

2018년 당시 19명을 선발했는데, 1차 서류심사에 800명이 지원했다. 대기업이나 공무원 시험이 ‘소가 바늘구멍 뚫기만큼 어렵다.’는 건 잘 알려져 있는 사실. 그 경쟁률을 뚫을 수 있었던 건 먼저 일본어 자격증이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해외에서 쌓은, 다른 경쟁자들과 차별화된 나만의 신선하고 다양한 체험을 잘 녹여낸 자기소개서와 면접이 주효했다.

그렇다고 취업준비가 마냥 쉬웠던 건 아니다. 전공과 다른 분야를 처음부터 새롭게 준비해야 했기에 많이 막막했다. 취업을 준비하는 동안 마음이 조급해질 때면 인천국제공항에 가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모습을 보면서 마음을 다잡곤 했다. 지금도 초심이 흔들릴 때면 유니폼을 입은 자신을 향해 ‘잘 할 수 있어.’라고 주문을 걸고는 한다.

그녀의 어릴 적 꿈은 통역사였다. 통역을 하다보면 넓은 세상을 경험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 어린 소녀의 첫 번째 꿈이었다. 비행기를 타고 세계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새로운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내 승무원 또한 생각해보지 않은 건 아니다. 하지만 애당초 나이와 키에 대한 제약이 없는 지상직을 목표로 준비했고, 현재 맡고 있는 공항서비스직은 그녀의 적성과도 잘 맞다.

2016년 3월 일본 미노부산대학교에 교환학생으로 갔을 때 입학식이 끝난 후 교수진들과 함께.

가슴에 단 이름표의 무게

지상직 승무원들의 일하는 모습을 눈여겨 본 여행객들은 알겠지만, 이 직업이 막연하게 생각하던 마냥 우아한(?) 직업은 아니다. 한 번은 어떤 승객이 그녀가 하지도 않는 말과 행동을 했다는 식으로 컴플레인을 걸어 애를 먹었다. 유니폼에 실명이 노출되기 때문에 승객이 정식으로 불만을 제기하면 상사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해명 서류를 작성해야 하는 등 업무상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또 출입국 업무를 담당하다보니 출국 시 게이트 위치나 이착륙 시간이 변경될 경우, 승객들로부터 안 좋은 소리를 듣기도 한다. 눈에 잘 띄는 직원이다 보니 앞뒤 상황을 잘 모르는 승객들로부터 간혹 욕설을 듣기도 한다.

“한번은 입국하는 비행기 문을 열어야 하는 업무를 맡았어요. 보통 출국하는 비행기는 5~6명 정도가, 입국하는 비행기는 1~3명이 담당해요. 그날은 혼자 담당하고 있었는데 유아를 동반한 손님이 유모차 서비스를 신청해서 유모차를 가져다줘야 했어요. 혼자 업무를 담당하다보니 5분 정도 소요됐는데, 그 승객이 바쁜데 늦게 가져다줬다면서 삿대질과 함께 욕설을 퍼붓더군요. 그 승객은 떠나고 나면 잊어버리겠지만, 해당 승무원들의 가슴에오랫동안 상처가 남는다는 걸 그분들은 알고 있을까요?”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가슴엔 단 이름표의 무게를 절감한다. 그리고 아무리 적성에 맞는 직업이라 할지라도 세상에 쉽고 즐겁기만 한 직업은 없다는 걸로 위안을 삼는다.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륙하기 직전의 기내에서 응급상황이 발생한 적이 있다. 승객 한 분이 심장 발작을 일으켜 구급대원들이 환자를 데리고 나가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런데 일단 게이트 안으로 승객이 들어간 후에는 밖으로 나오는 절차가 꽤나 까다롭다. 절차를 제대로 지키려면 승무원이 승객과 함께 세관과 법무부, 경찰대 등을 거슬러 나가야한다. 심장 발작이 일어나기 직전의 긴급한 상황이어서 결국 절차를 생략한 채 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해 상황을 잘 수습할 수 있었지만, 절차를 지켜야 하는 내 입장과 환자를 긴급히 옮겨야하는 구급대원 입장 사이에서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 너무나 어려웠다.

이륙 직전에 범죄자들이 타고 있는 게 확인돼 안내방송과 함께 사이렌이 울리면서 비행기가 회향한 일도 있었다.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지상직 승무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깨닫고는 한다.

구인사와 삼개사 자주 참배

맡은 일이 항상 긴장을 해야 하는 업무다보니 신경이 예민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도 소소한 보람을 느끼곤 한다. 간혹 승객들이 활짝 웃음 지으며 들려주는 ‘감사합니다.’, ‘수고하세요.’라는 인사 한 마디는 그날 하루를 즐겁게 일하게 하는 영양제다. 승객이 물건을 분실하는 등의 상황이 발생했을 때도 물건을 찾아드린 후 ‘저 때문에 고생이 많으셨어요.’라는 미안함 담긴 한마디에 큰 보람이 된다.

비행과 관련된 모든 업무는 보안과 직결된다. 그렇기 때문에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쳐선 안 된다. 그렇다보니 정신적인 피로가 상당하다. 그녀는 이럴 때마다 사찰을 참배하며 마음에 안정을 찾는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부모님과 함께 강릉 삼개사를 다녔다. 이곳에서 관노놀이 복원공연에도 참여해 탈을 쓰고 춤을 추기도 했다. 대학을 다니며, 또 취업을 한 후에는 삼개사 대신 천태종 총본산인 단양 구인사를 종종 찾는다. 근무지가 멀어서 활동을 잘 하지 못하지만, 여전히 천태종청년회에 가입돼 있다.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꼭 해내야만 직성이 풀린다는 김영주 씨. 그녀에게 지금 또 다른 꿈을 꾸고 있는지 물었다. 그녀는 여전히 꿈을 꾸고 있었다.

하고 싶은 것은 꼭 해내야 직성이 풀린다는 그녀, 또 새로운 도전을 할 생각에 즐겁다.<사진=정현선 기자>

“일단 원하던 꿈 하나를 막 이뤘잖아요. 시간이 흘러 지금 하고 있는 업무가 익숙해지고 자리가 잡힌다면, 지금의 하는 일과 병행하며 하고픈 일이 있어요. 세계 곳곳을 다니면서 그 여행지를 소개해주는 문화 콘텐츠를 제작해 방송하는 유튜브 크리에이터에 도전하고 싶어요.”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정답을 아는 사람은 없다. 다만 현재의 위치에 안주하지 않은 채 한 발짝 한 발짝 나아가는 용기 속에 정답이 있으리라 짐작할 뿐이다. 또 다른 꿈을 꾸며 또 다른 도전에 나서려는 김영주 씨. 그녀의 용기 있는 삶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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