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땅에서 불교공부' 큰 매력으로 다가와

델리대학 불교학과가 있는 인문대 본부 건물.

90개 칼리지 모인 연합대학 형태
‘부처님 땅에서 불교공부’ 큰 매력

인도 델리대학에서 공부를 마치고 떠나온 지 벌써 7년이 흘렀다. 그 후 다시 인도를 방문하지 못해 최근 델리대학의 상황은 알지 못한다. 델리대학 불교학과는 필자가 재학 중일 때도 학사운영이나 재학생 구성 등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 짐작컨대 그 이후에도 당연히 어느 정도의 변화가 있었을 것이다. 현재 한국인 재학생도 없고, 인도의 지인들도 다 졸업을 한 상황이어서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최신 정보를 살필 수밖에 없었다. 생생한 현지의 모습을 전하지는 못하겠지만 델리대학 불교학과에 대한 소개와 더불어 국내에서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인도의 대학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델리대학의 여러 칼리지 중 하나인 힌두대학은 인도 전역에서 최상위를 차지하는 우수한 대학이다.

인도의 대학제도와 델리대학

델리대학 불교학과를 소개하기에 앞서 인도의 대학제도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인도의 대학은 크게 연합대학, 일반대학, 전문교육기관으로 분류할 수 있다. 연합대학은 여러 개의 칼리지(College)와 대학원을 총괄하는 형태의 대학으로, 인도의 많은 대학이 연합대학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델리대학(University of Delhi)도 이 형태에 해당하는데, 델리대학 산하에는 2019년 현재 90개의 칼리지가 있다.

칼리지는 흔히 단과대학으로 번역되기 때문에 우리나라 대학의 단과대학 개념으로 생각할 수 있으나, 델리대학의 칼리지는 사실상 독립된 하나의 대학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인문 · 과학 · 경영 · 사범 · 예술대학 등 학과의 특성에 따라 분류된 단과대학이 아니라 각 칼리지가 인문 · 과학 · 경영 · 사범 · 예술대학 등을 가진 하나의 대학인 셈이다. 이렇다보니 칼리지를 모두 포함한 델리대학 전체 재학생만 13만 명을 넘는다.

재학생이 이렇게 많기 때문에 졸업식장에는 모든 졸업생이 한꺼번에 입장할 수 없다. 학부와 석사학위를 받을 경우에는 학과 수석을 차지해야만 졸업식장에 들어갈 수 있다. 박사학위를 받는 학생은 인원이 많지 않기 때문에 모두 식장에 입장할 수 있다. 또 칼리지가 많다 보니 한국의 대학 캠퍼스처럼 모든 칼리지가 한 공간에 모여 있을 수가 없다. 델리대학 산하 칼리지들은 델리 지역 전역에 산재해 있다.

델리대학에 소속된 칼리지라고 해도 서로 간에 우열이 존재한다. 소위 말하는 일류 칼리지들은 주로 대학본부 부근에 위치하고 있다. 델리대학 입시가 다가오면 인도의 주요 일간지들은 각 칼리지의 입학가능 점수를 다루는데 지면을 크게 할애한다. 우리나라의 대학수학능력시험과 같은 제도는 없고, 고등학교 내신으로만 입학을 결정한다. 신문을 통해 일류 칼리지 입학성적을 본 후 무심히 지나치곤 했던 그 학교의 학생들이 달리 보였던 기억이 난다.

일반대학의 경우 우리나라의 대학과 비슷해서 산하 칼리지는 없다. 학부과정을 비롯해 석 · 박사과정이 하나의 캠퍼스에 모두 갖추어져 있다. 델리 의 네루대학의 경우가 일반대학에 해당하는데, 한국의 캠퍼스와 매우 유사해 정문 안에 모든 단과대학 건물들이 모여 있다. 학생들은 대부분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캠퍼스 내에는 교수들의 거주지도 있어서 교내 구성원 간의 친밀감이 연합대학 형태인 델리대학보다 훨씬 높다.

델리대학 스타디움.

전문교육기관은 특정 분야만을 특화시켜 전문적인 교육을 통해 해당 분야의 전문가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이다. 한국에서 인기를 끈 인도영화 ‘세 얼간이(Three Idiots)’에서 주인공들이 다니던 공대의 실제 모델이 인도의 명문 공대인 인도 공과대학교(IIT)인데, 전문교육기관에 해당한다. 이 대학은 인도 전역에 23개의 캠퍼스를 두고 있으며, 수많은 인도 학생들이 이곳에 입학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한다. 유사한 대학으로는 인도 경영대학교(IIM)와 패션기술국립연구소(NIFT) 등이 있다.

델리대학 남쪽 캠퍼스 한편에서 토론을 하고 있는 학생들.

델리대학 불교학과 석사과정

델리대학은 인도 정부가 자금을 지원하여 세운 국립대학이다. 1922년 당시 델리의 유일한 대학이었던 성스티븐스대학(St. Stephen’s College, 1881년 설립), 힌두대학(Hindu College, 1899년 설립), 람자스대학(Ramjas College, 1917년 설립)을 델리대학교로 통합했다. 델리대학은 델리의 남쪽과 북쪽에 각각 한 개씩 두 개의 캠퍼스가 있다. 델리대학은 불교학과의 경우, 학부과정이 없고 석 · 박사 과정만 있다. 그래서 불교학과는 델리대학 본부 소속인데, 이 건물은 델리 북쪽 캠퍼스에 위치해 있다.

델리대학 불교학과는 인도에서 가장 긴 역사를 가진 불교학 전공학과이다. 바라나시 힌두대학(Banaras Hindu University)의 팔리 불교학과는 1982년 개설되었고, 뿌네대학(University of Pune)은 산스크리트&프라크리트어 학과가 1949년 설립되었다. 2006년 팔리어 학과가 설립되었으나 엄밀하게 따지면 불교학 전공학과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 외에 불교학과가 개설되어 있는 인도 내 대학으로는 캘커타대학(University of Calcutta), 잠무대학(University of Jammu), 나란다대학(Nalanda University), 고우땀 붓다대학(Gautam Buddha University) 등이 있다.

이 외에도 몇몇 칼리지(College)와 특성화된 대학에서 불교학을 가르치고 있다. 불교를 전공하고자 하는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대학은 델리대학과 뿌네대학이다. 델리 소재의 또 다른 국립대학인 네루대학(Jawaharlal Nehru University)의 산스크리트 인도학과에서 공부하는 경우도 있다.

1956년 인도 정부는 붓다 탄생 2500주년을 맞아 국가적으로 큰 축하행사를 개최했다. 이와 관련하여 인도의 가장 대표적인 국립대학이라고 할 수 있는 델리대학에 불교학과를 설립하자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이에 따라 1957년, 철학과 산하조직으로서 개설되었다가 1962년이 되어 델리대학의 정식 독립학과로 승격하였다. 승격과 동시에 박사과정(Ph. D. Course)과 준박사과정(M. Phil. Course)의 학생을 받기 시작했으며, 1967년에는 팔리어 어학과정, 1968년에는 티베트어 어학과정도 신설하였다. 1974년에는 학과 자체의 학술지인 〈Journal Buddhist Studies〉를 발간하기 시작했고, 같은 해 석사과정(M. A. Course)이 개설되었다.

2년의 석사 과정은 4학기로 나누어진다. 1년차 1학기 때에는 △팔리어 및 팔리 문헌 △불교 산스크리트어와 산스크리트 문헌 △불교역사 △인도 불교철학 등 4과목을 배운다. 2학기가 되면 △불교윤리학 △참여불교 그리고 △티베트어와 티베트불교 또는 △중국어와 중국불교 중 1과목을 선택하여 3과목을 필수과목으로 수강한다. 그리고 선택과목으로 △팔리문헌개론 △프라크리트어와 철학 △불교 이전의 인도사 △부파불교 △중국불교 교리 △티베트불교 예술 중 하나를 수강해야 한다.

과학과 교양을 주로 가르치는 델리대학 미란다칼리지. 1948년 설립된 이 대학은 여성을 위한 칼리지이다.델리대학 산하의 여성 칼리지는 재학생은 물론 교수 모두 여성으로 구성되어 있다.

2년차 3학기가 되면 △팔리어와 불교 △산스크리트어와 불교 △불교사 △불교철학 △티베트불교 △중국불교 등 6개의 전공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각각의 전공에는 4과목의 필수과목이 뒤따른다. 마지막 4학기가 되면 3학기 때 자신이 선택했던 전공을 그대로 유지한 채(변경불가), 3학기와 마찬가지로 각 전공별로 정해진 필수과목을 수강하게 된다. 필수 전공과목은 3과목이며, 3학기와는 다르게 자신의 전공이 아닌 분야의 과목 하나를 선택하여 수강해야 한다.

논술 형태의 시험과 준박사과정

한국과 다르게 석사과정에서는 논문이 없고, 한국의 학부처럼 매 학기가 끝날 때마다 시험을 치른다. 시험은 영어나 힌디어를 선택해 답안을 작성할 수 있다. 외국인은 물론이고, 인도 학생들도 거의 영어로 답안지를 작성한다. 강의를 할 때도 마찬가지인데, 델리대학의 거의 모든 강의는 영어로 진행된다.

델리대학 중앙도서관 내부.

그 이유는 인도의 다양한 언어 때문이다. 인도에는 국어가 별도로 없고, 정부가 헌법에 전국 단위의 공용어로 힌디어와 영어, 그리고 주요 지정언어 22개를 규정하고 있다. 인도에는 10만 명 이상이 사용하는 언어만 해도 122개에 달한다. 방언까지 합치면 1500개가 넘을 정도로 다양한 언어가 존재한다. 대학생 역시 다양한 언어권 출신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인도의 대학들은 영어로 강의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

대학의 시험은 대략 8~10개의 문제 중에서 4~5개를 선택하여 논술하는 형태로 치러진다. 시험지는 작은 노트와 비슷한데 3시간 동안 이 노트를 가득 채워야 한다. 논술시험에 익숙한 인도 학생들은 2권을 채우기도 한다. 현재는 학기가 끝날 때마다 시험을 치르기 때문에 1년에 두 차례 시험을 실시한다.

필자가 석사과정에 재학 중일 때는 1년에 1회씩 시험을 실시했다. 그런데 시험기간이 하필이면 가장 무더운 4월중이었다. 40도가 넘는 날씨, 가장 무더운 시간인 2시부터 5시, 에어컨이 없는 강의실 등 당시 시험은 정말 악조건 속에서 치러졌다. 그러나 첫 시험 때는 두려움과 부담이 너무 커서 무더위를 불평할 겨를조차 없었다. 그렇게 한 과목을 치르고 나면 며칠이 지나 다른 과목 시험을 치른다. 시험을 모두 치르기까지 거의 한 달이 걸렸다.

모든 시험은 100점이 만점인데 40점을 넘지 못하면 그 과목은 낙제가 된다. 낙제를 하게 되면 다시 시험을 봐야 한다. 그리고 모든 과목 평균점수가 50점이 넘어야 다음 과정에 진학할 수 있다. 평균 60점을 넘을 경우 상위 등급에 해당한다는 걸 감안하면, 인도의 배점이 한국에 비해 매우 인색하다는 걸 알 수 있다.

2013년 델리대학 북쪽 캠퍼스에서 열린 ‘디자인 더 체인지’ 행사. 500명의 아티스트들이 학교 담벼락에 벽화를 그리고 있다.

석사과정 다음에는 일종의 준박사과정(M.Phil.) 과정이 있다. 이 과정에서는 1학기에 불교 관련 필수과목을 공부하고, 2학기에는 연구방법론에 대한 과목을 배운다. 그리고 서평과 학기말 과제(term-paper)도 제출해야 한다. 2학기가 끝나면 시험을 치르는데, 시험을 통과하면 논문을 쓰게 된다. 박사과정은 한국과 다르게 수업이 없다. 박사과정 입학을 신청하면서 논문계획서를 제출하는데, 입학과 동시에 논문에 집중해야 한다. 박사과정은 최장 5년이고 그 이후에는 논문을 제출할 수 없기 때문에 만료 시기가 다가올 때 무척 초조했던 기억이 난다.

저렴한 등록금, 만만찮은 생활비

1948년 설립된 델리대학 한스라즈 칼리지는 여러 단과대 중에서 최상위 대학으로 꼽힌다. 이 대학에서는과학 · 문예 ·상업 등을 배울 수 있다. 한스라즈 칼리지 강당에서 세미나가 열리고 있다.

델리대학 불교학과의 장점을 들자면 석사과정 커리큘럼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매우 다양한 전공을 접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다른 대학의 불교학 관련학과는 언어나 철학 분야 등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델리대학에서는 불교학 관련 언어 · 철학 · 역사를 석사 1년차에 골고루 배우고,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2년차에 자신에게 맞는 전공을 선택할 수 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대학등록금도 장점으로 꼽을 수 있다. 외국인들의 석사과정 입학금은 현재 한화로 약 62만 원, 박사과정 입학금은 73만 원 정도이다. 그리고 해마다 자신의 학과에 200달러의 외국인 등록금을 별도로 지불해야 한다. 인도 학생인 경우에는 입학금 없이 몇 만 원 정도의 등록금만 지불하면 된다. 2년차로 올라갈 때는 입학금을 낼 필요가 없으므로 외국인도 인도 학생과 마찬가지로 등록금 몇 만 원만 지불하면 된다. 이는 델리내의 다른 대학인 네루대학보다도 훨씬 저렴한 금액이다. 필자가 유학하던 당시에도 네루대학은 외국인 학생들에게 한 학기당 60만 원 정도를 받았다. 한국에 비하면 저렴한 학비인데도 필자의 지도교수님은 그 금액을 듣고 깜짝 놀라며 네루대학의 ‘외국인 착취’를 비난하셨다.

등록금이 저렴하다보니 학교 운영은 거의 정부의 지원으로 이루어진다. 때문에 도서관이나 강의실의 상황은 그리 좋지 않다. 하지만 등록금을 고려하면 그 열악함을 이해하고, 용인할 수 있었다. 등록금이 저렴하다고 해서 생활비 또한 저렴하리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인도의 등록금은 인도의 여러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지극히 저렴한 편이다. 인도의 물가는 경제발전이 진행되면서 크게 올랐다. 한국인들은 인도인처럼 생활할 수 없으므로 생활비는 한국의 지방도시에서 생활하는 수준으로 소요된다고 생각된다.

또한 인도는 인건비가 극도로 저렴하기 때문에 다른 나라처럼 현지 일자리를 구해 학비를 조달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필자의 경우는 국내 시사 주간지 현지통신원으로 활동하거나 코트라(KOTRA)가 주최하는 무역관련 행사에 비정기적으로 통역을 하면서 생활비 일부를 조달했다. 장학금 또한 한국 정부에서 주는 장학금을 받는 경우는 도움이 되겠지만, 인도 현지에서 받을 수 있는 장학금은 극히 드물고, 그 액수도 한국의 경우처럼 많지 않다.

사실 인도에서 불교를 공부할 때 적응하기 힘든 날씨와 공기, 이질적인 문화, 비효율적이고 불친절한 행정처리 등 불편한 점이 많았다. 하지만 부처님의 나라에서, 석가모니 부처님이 살았던 동일한 공간에서 불교를 공부한다는 건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큰 장점이다. 간혹 경전 속에 나오는 이야기를 실생활에서 경험하는데, 이는 인도가 아니면 불가능한 즐거움일 것이다.

예를 들어, 수자타(Sujata)가 부처님께 바쳤다는 우유죽이 경전에만 나오는 음식인 줄 알았는데 인도에서 흔히 먹는 음식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는 참으로 놀라웠다. 인도에서 처음 망고를 보았을 때도 베살리(Vesali) 망고동산에서 붓다께서 드셨다던 망고를 떠올렸다. 바라나시(Varanasi)에 여행가서 갠지스(Ganga) 강변에 섰을 때는 경전에 나오는 항하사(恒河沙) 모래가 이것이구나 하며 감동했다. 가깝지는 않지만 부처님과 관련된 성지를 한국에서만큼의 큰 결심이나 준비 없이 방문할 수 있고, 한 곳에 여유롭게 머무르며 그곳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던 것도 인도 유학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2015년 5월 30일 열린 델리대학 제92회 졸업식.

2001년에 입학할 무렵에는 델리대학 불교학과에 한국인 재학생들이 꽤 있었다. 그 이후로도 몇 해 동안은 한국인 신입생들이 들어왔는데 2000년대 중반부터 불교학과에 한국인 학생이 오지 않게 되었다. 공부하기도 쉽지 않지만 생활하기는 더 어려운 곳인지라 쉽게 권할 수 있는 곳은 아니다. 하지만 아쉬운 생각이 든다. 언젠가 나타날 한국인 신입생을 응원한다.

우명주

현재 동국대학교(경주) 불교사회문화연구원 전임연구원. 동국대학교(경주) 불교학과를 졸업하고 인도 델리대학교에서 불교학을 전공, 석 · 박사학위를 받았다. 인도 유학 중 ‘한겨레21’ 인도통신원, 델리대학교 동아시아학과 한국어 강사를 역임하기도 했다. 공저로 〈불교와의 첫 만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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