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둘레길을 가다

염하강철책길은 강화군과 김포 사이의 해협인 염하강을 따라 이어진다. 그 길을 한 탐방객이 걷고 있다.

서해 맞닿은 평화누리길 시작점
가시철조망 위로 철새 넘나들어

경기도 김포 평화누리길은 DMZ접경 지역인 김포 · 고양 · 파주 · 연천을 잇는 최북단 트래킹 코스다. 2010년 개통된 이후 역사 · 관광·생태 · 안보까지 동시에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다. 김포공항에서 차량으로 30분정도 걸리는데, 복잡한 도심에서 벗어나 삼림욕 효과를 누리기에도 좋다.

평화누리길 초입에는 아치형의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비교적 완만한 4시간 코스

‘염하강철책길’로 불리는 1코스는 평화누리길 시작점이란 점에서 가장 인기 있는 코스다. 좌측으로 염하강과 철책을 끼고 걷기 때문에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 서해안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은 물론 김포 서부의 싱싱한 제철 생선들이 넘쳐나는 대명항을 만나볼 수 있다. 염하강철책길은 대명항에서 출발해 덕포진-쇄암리쉼터-고양리쉼터-문수산성 남문까지 이어지는 14km의 누리길이다. 코스 길이가 다소 길지만, 비교적 완만한 지형이다. 곳곳에 표시된 이정표만 잘 따라가면 처음 걷는 사람도 쉽게 찾을 수 있다. 1코스를 완주하면 4시간 정도 소요된다. 자연생태는 물론이고, 우리나라의 역사와 옛 문화를 되돌아보게 하는 길이기도 하다.

무지개 빛 조형물을 지나면 평화누리길 1코스 입구가 나온다.

대명항에서 손돌묘-부래도-덕포진 주차장을 지나 다시 대명항으로 돌아오는 1시간 30분짜리 순환코스도 있다. 이 코스는 7.7km 정도인데 걷기에 부담이 없어 남녀노소 누구나 걸을 수 있다.

염하강철책길 초입에 들어서면 특별한 공원이 나온다. 바로 함상공원이다. 거대한 군용기와 군선 등을 볼 수 있는데, 마치 옛 군부대를 방문해 둘러보는 듯 같다. 군선은 실제 60여 년 간 우리나라 해상을 지키다가 2006년 내구연한이 다한 상륙함이라고 한다. 입장료 3000원을 받는데, 한국전쟁 홍보관 · 한주호 준위 추모관 등을 갖추고 있어 DMZ둘레길 첫 출발지로는 적합할 것 같다.

염하강철책길은 비교적 완만한 지형이기 때문에 남녀노소 누구나 걸을 수 있다.

역사의 상흔 간직한 덕포진 · 문수산성

함상공원을 나와 평화누리길에 본격 진입하면 평화를 염원하는 20여 점의 공공미술 작품들이 도보 여행객들을 반긴다. 마을 미술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설치된 미술작품인데, 높은 철책을 보면서 무거워졌던 마음을 조금은 편안하게 풀어준다.

평화를 염원하는 공공미술 작품들이 철책길 중간에 탐방객을 반긴다.

강화도를 바라보며 30분 정도 걷다보면 나지막한 구릉이 보인다. 이 구릉은 조선시대 마지막 군사 방어시설인 덕포진(德浦鎭)이다. 덕포진은 국가지정 사적지 제292호로 지정돼 있는데, 조선시대 신미양요와 병인양요 때 서구 열강과 격렬하게 싸웠던 상흔이 그대로 남아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덕포진 일대는 ‘손돌목’이라 불렸다. 고려 때 왕이 강화로 피난을 가려고 이곳을 지나는데, 수로의 폭이 좁아지면서 물살이 세지고 소용돌이쳤다. 왕은 뱃사공을 의심해 참수를 명했는데, 뱃사공은 죽으면서도 ‘바가지를 바다에 띄워 그것을 따라 노를 저으면 안전하게 지날 것이다.’라고 아뢰었다. 그 뱃사공의 이름 ‘순돌’에서 유래한 지명이다.

염하강철책길 초입에서 30분 정도 걸으면 조선시대 마지막 군사방어시설인 덕포진이 보인다. 덕포진 앞 쉼터.

덕포진 끝자락, 손돌목이 내려다보이는 해안 언덕을 지나면 다시 철책이 이어지는데 적절한 시기마다 쉼터와 전망대가 나온다. 1코스의 중간 지점은 원머루나루다. 다시 굽이진 철책길과 싱그러운 논길, 초록을 머금은 숲길을 걷다보면 어느새 저 멀리 문수산성 남문이 보인다. 긴장된 땅 위와 달리 남북을 가른 철조망 위로는 저어새 · 기러기 · 재두루미 · 청둥오리 등 철새들이 자유로이 넘나든다. 평화로운 그 모습이 마냥 부럽기만 하다.

높은 철책에 ‘Walk for Peace’ 문구가 선명하다.
좌측의 철책길을 따라간다면 처음 걷는 사람도 어렵지 않게 길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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