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보유자엔 김경호 씨 인정 예고

불교 경전을 베껴 쓰는 ‘사경(寫經)’의 기술을 가진 장인인 ‘사경장(寫經匠)’이 국가무형문화재 신규 종목으로 지정될 전망이다.

문화재청(청장 정재숙)은 4월 1일 ‘사경장’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 예고하고, 김경호(한국전통사경연구원장) 씨를 보유자로 인정 예고했다.

우리나라 사경의 역사는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전래된 불교 경전을 널리 보급할 목적으로 사경을 시작했다. 8세기 중엽 목판 인쇄술이 발달하면서 사경은 자신의 공덕(功德)을 쌓기 위해 행하는 불교 수행의 하나로 변화했다.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사경 작품은 통일신라시대(745~755년)에 제작된 ‘신라백지묵서대방광불화엄경(국보 제196호)’다.

사경은 국교가 불교였던 고려시대에 전성기를 맞았다. 〈고려사(高麗史)〉 등 역사서에 따르면 국가에서 사경을 전문으로 제작하는 기관을 운영했고, 당시 사경은 국가 최고의 역량을 동원한 당대 문화의 집약물이었다.

특히 국보 제235호 ‘감지금니대방광불화엄경보현행원품’ 등 금자(金字)·은자(銀字) 형식의 사경이 많이 제작됐다. 충렬왕 대에는 수백 명의 사경승(寫經僧)을 중국에 파견하는 등 대외적으로 고려 사경의 우수성을 널리 알렸다. 조선시대에는 사경이 쇠퇴했으나, 일부 왕실과 사찰에 의해 명맥은 유지됐다.

사경 제작은 크게 △필사 △변상도(變相圖) 제작 △표지 장엄 등 세 가지로 구성된다. 세부적으로는 △금가루 발색 △아교 만들기 △종이 표면 처리와 마름질 △잇기 △선긋기 △경 필사 △변상도 그리기 △표지 그리기 △금니 표면처리 등 10여 가지의 공정을 거친다. 사경 제작에는 서예·한문·불교 교리·회화 등에 대한 숙련된 기능을 갖춘 사람이 동원된다. 오·탈자가 없어야 하기 때문에 고도의 집중력과 장기간의 제작 기간도 필요하다.

‘사경장’ 보유자로 인정 예고된 김경호 씨는 40여 년간 사경 작업에 매진해왔다. 과거의 사경은 국가 차원의 사이어서로 다수의 전문가가 참여했었지만, 현재는 재료 준비와 필사, 회화를 한 명이 모두 하는 상황이다. 김경호 씨는 오랜 기간 문헌과 유물을 통해 사경의 재료와 형식, 그리고 내용을 연구하고 이를 기술로 승화시켰다. 1997년 조계종에서 개최한 ‘제1회 불교사경대회’에서 대상을 받았으며, 2010년 ‘대한민국 전통사경기능전승자(고용노동부 지정, 제2010-5호)’로 선정된 바 있다.

김경호 씨는 각종 교육기관에서 사경 관련 강의를 하고, 다년간 연구한 자료를 바탕으로 전문 서적을 저술하는 등 사경의 전승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아울러 전통 사경체(寫經體)를 능숙하게 재현할 뿐만 아니라 변상도 등 그림의 필치가 세밀하고 유려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화재청은 4월 30일까지 각계의 의견을 수렴·검토하고, 무형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국가무형문화재 지정과 보유자 인정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