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대 소장, 제1회 괘불화 학술대회서 주장
크기ㆍ형식 등…조선 죽림사 괘불화보다 앞서


고려 수월관음도

일본 큐슈(九州) 가가미신사(鏡神社)에 소장된 고려 수월관음도(水月觀音圖ㆍ사진)가 현존 최고(最古) 괘불화란 주장이 제기됐다. 문명대 한국미술사연구소장에 의해서다.

문 소장은 9월 12일 국립고궁박물관 소강당에서 열린 제1회 괘불화 학술대회에서 〈한국 괘불화 기원문제와 가가미신사장(藏) 김우문필 수월관음도〉를 주제로 기조발제를 했다. 그는 기조발제에서 “괘불화 발생은 고려 때”로 추정했다.

문명대 소장


문 소장에 따르면 불교의식은 불교가 전래됐을 때부터 행해졌기 때문에 괘불화 또한 전래당시부터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삼국유사》 원종흥법(原宗興法)편에서 흥륜사에 “법당(法幢)을 세우고 범경(梵鏡)을 매달았다”는 기록이 있는데, 절 마당에 법당 즉 불교적인 내용을 상징적으로 그린 깃발을 세웠다는 의미다. 이는 불교수용 초기부터 괘불화 전신을 사용한 것으로, 이 같은 당번 등이 고려시대에 이르러 괘불화로 업그레이드 됐다는 것이다. 문 소장은 “고려시대 때 재의식이 크게 유행했는데 이 때 괘불화를 야외에 걸어놓고 재의식을 행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보았다.

그렇다면 고려 수월관음도를 괘불화로 보는 근거는 무엇인가. 먼저 크기다. 이 작품은 현재화면 길이 419.5㎝ 너비 254.2㎝로, 비단 한 장에 그려졌다. 그런데 1812년(측량일기)의 옛 기록에 따르면 작품은 원래 500㎝×270㎝ 크기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 불화와 크기가 유사한 괘불화들이 상당수 된다. 현존 최고(最古) 괘불화로 추정되는 1622년(조선 광해군 14) 죽림사 석가삼존괘불화(514㎝×275㎝), 1628년 칠장사 괘불화(523㎝×335㎝), 1887년 망월사 괘불화(514㎝×275㎝) 등 길이 500㎝ 내외의 괘불화들이 상당수 있다. 문 소장은 “이런 크기는 괘불화 가운데 소규모 괘불화와 유사한 크기여서 고려 수월관음도가 괘불화일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밝혔다.

또 단독상 형식의 괘불화가 상당수 있다는 것도 문 소장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죽림사 괘불화, 율곡사 괘불화(1684), 쌍계사 괘불화(1799), 축서사 괘불화(1768) 등이 단독 좌상 또는 단독 입상들이다. 특히 죽림사 괘불화는 단독 좌상이어서 고려 수월관음도와 동일한 형식이다. 그는 “단독 좌상의 불화로서는 후불탱화보다 괘불화로 보는 것이 보다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문명대 소장은 “고려 수월관음도는 크기나 성격 등 모든 점에서 현존하는 최고(最古) 괘불화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고려 수월관음도는 현존 세계 최대(最大), 최고(最古) 고려불화다. 지난 2003년 샌프란시스코 전시회 당시 미국 ‘뉴욕타임즈’가 “이 작품은 모나리자와 같은 가치를 지닌다”라고 극찬했을 정도로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기록에 따르면 충선왕 왕비였던 숙비(淑妃)가 김우문 등 8명의 궁정화가를 동원해 1310년 5월 완성했다. 개경 인근 흥천사에 소장됐다가 14세기 말 흥천사를 침입한 왜구에게 도둑맞은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4월 30일부터 6월 7일까지 통도사성보박물관에서 열린 특별전에서 전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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