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명강연(268호)

세계적 환경운동가
제인 구달 Dame Jane Goodall
2015년 1월 뉴욕대학교 아부다비 캠퍼스 강연

침팬지 연구가에서
세계적 환경운동가로 거듭난 제인 구달

제인 구달(Jane Goodall)은 세계적인 동물(침팬지)학자이자 환경운동가이다. 1934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난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동물과 아프리카에 대한 남다른 관심과 열정을 가졌다. 우연한 기회에 인류학자 루이스 리키(1903~1972)를 만나 침팬지 연구를 제안 받았으며, 1960년 26세 때 탄자니아 곰베국립공원에서 야생 침팬지 연구를 시작했다. 제인 구달은 수십 년 동안의 장기 연구를 통해 침팬지의 도구 사용, 문화 전수, 사회관계 등 과학사에 길이 남을 연구결과를 다수 발표했다. 지금까지 50여 년 동안 지속되고 있는 그의 침팬지 연구는 인간과 동물,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를 재정의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77년 제인구달연구소를 창립한 이후, 침팬지의 보전을 중심으로 자연보호 활동에 앞장섰으며, 1991년 탄자니아 지역 주민들과 함께 곰베숲 보전을 위한 작은 모임을 결성한 게 계기가 돼 오늘날 세계 140개국에 8000여 개의 환경운동 네트워크 그룹을 통해 ‘뿌리와 새싹’ 프로그램을 펼치고 있다. 국내에도 수십 개의 그룹이 활동 중이고, 북한에도 두 개의 ‘뿌리와 새싹’ 그룹이 활동 중이다. 현재 팔순을 넘긴 나이에도 불구하고, 1년에 300일 이상 강연을 통해 지구와 환경을 위한 적극적 실천을 독려하고 있다. 이 같은 공로로 1987년 탄자니아 정부 킬리만자로상 수상을 시작으로 알버트 슈바이처상, 대영제국 훈장, 세계야생동물보호기금 평생공로상을 받았다. 지난 8월에는 제21회 만해대상 실천부문상을 수상했다.

침팬지를 연구하다

어릴 적부터 유독 동물에게 관심이 많던 저는 23세에 아프리카로 떠났습니다. 그리고 어렵게 침팬지를 연구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하지만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생활 자금은 소진되어 갔고, 곧 영국으로 돌아가야 할 상황에 처했습니다.

때마침 저는 다른 침팬지들에 비해 저를 덜 경계했던 침팬지인 ‘데이비드 그레이버드(David Greybeard, 제인구달이 지어준 이름)’가 도구를 조작하여 사용하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고, 덕분에 지원금을 더 받아 연구활동을 계속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침팬지가 도구를 사용한다는 사실에 놀라는 사람이 아무도 없지만, 그 당시에는 인간이 ‘도구를 사용하는 유일한 동물’로 정의되어 있었습니다. 때문에 도구를 사용하는 침팬지의 발견은 “인류 또는 도구를 재정의 하거나, 침팬지를 인간으로 분류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큰 사건이었죠.

탄자니아의 ‘곰베 국립공원(Gombe National Park)’에서 9개월 가량 침팬지들과 생활한 후 박사학위를 위하여 케임브리지 대학에 입학했을 때, 모두들 제 연구는 잘못되었다고 말했습니다. 침팬지에게는 이름이 아니라 분류번호가 주어져야 하고 동물에게는 성격이나 마음 · 감정 같은 것이 없다고 하더군요. 당시 마음 · 감정과 같은 것들을 인간 고유의 특성으로 여겼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제 지도교수님도 유사한 입장을 취했습니다. 하지만 저와 함께 보낸 곰베 침팬지 보호구역에서의 2주가 그분에게 인식의 전환을 가져다주었고, 그 후 교수님은 제가 저만의 방식으로 연구를 계속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습니다.

침팬지에 대해 점점 알아갈수록 저는 그들의 끈끈한 가족관계에 대해서 잘 알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마치 인간 아이처럼 유아 침팬지들은 관찰학습을 통하여 혈연집단의 특정 행동양식을 물려받습니다. 그리고 엄마 침팬지를 잃은 아기 침팬지를 돌볼 친족이 없는 경우 전혀 혈연관계가 없는 아이를 입양해서 기르는 이타성도 보였습니다.

이렇게 침팬지와 인류는 놀라울 만큼 유사합니다. 이러한 유사점은 침팬지뿐만 아니라 다른 생물과 인류의 관계에 대해서도 고찰하게 합니다. ‘너’와 ‘나’, ‘우리’와 ‘그들’을 나누는 벽이 무너지고 나면, 인류가 지구상의 많은 생명체를 ‘우리’가 아니라는 이유로 얼마나 학대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환경운동가가 되다

그렇게 좋아하던 아프리카를 저는 왜 떠났을까요? 1986년 미국에서 학회가 열렸는데, 전 세계 침팬지를 공부하는 사람들이 처음으로 모인 의미 있는 자리였습니다. 학회 기간 중 환경보존에 대한 세션이 있었는데, 이 세션에서 저는 상업적 사냥 · 무분별한 포획 · 산림파괴 · 의학실험 등으로 인해 고통 받는 동물들의 모습을 낱낱이 보았습니다.

이를 계기로 저는 환경운동가가 되었습니다. 곰베에서는 현지 연구자였지만 저는 환경운동가가 되어 학회장을 나섰습니다. 1986년 이래 저는 1년 중 300여 일간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사람들의 인식 전환을 독려하는데 힘을 쏟고 있습니다.

환경보호 운동을 시작하고 제일 먼저 깨달은 것은, 세상의 모든 것이 긴밀히 연결되어 있어 침팬지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다른 문제도 함께 고찰해야한다는 점이었습니다. 동물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겪는 문제도 함께 돌보아야한다는 것을요.

환경운동을 하면서 저는 점점 우리가 서로서로에게, 지구에게, 동물들에게, 그리고 자연에 저지르고 있는 일들을 더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1994년 곰베를 다시 방문했을 때, 한 때 울창했던 산림은 작은 섬 크기가 되어 있었습니다. 고작 10여 년 만에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산림이 파괴되고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 진행 속도는 가히 충격적이었습니다. 원인은 자급자족 능력을 잃은 주변 원주민에게서 찾을 수 있었고, 우리는 즉시 팀을 꾸려 사람들을 먼저 돕기 시작했습니다. 탄자니아 현지인 전문가들과 함께 곰베 국립공원 주변에 있는 열두 마을 사람들을 도와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고, 여성들과 아이들에게 교육의 기회가 주어지도록 도왔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성공적이었고, 아프리카의 타 지역으로 번져나갔습니다. 이제 원주민들은 숲의 상태를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보고 하는 등 환경보호 운동에 동참하는 파트너로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동물학자에서 환경운동가로 거듭난 제인구달은 유엔평화대사로도 활동 중이다.

“젊은이는 희망의 근원”

전쟁 · 가난 · 불행 · 폭력…….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보면 세상에 희망이 없어보일지도 모릅니다. 희망을 잃은 한 고등학생은 저에게 “어른들이 우리의 미래를 타협거리로 삼았다.”고 말하기까지 하더군요. 사람들은 “우린 이미 늦었다.”고 말합니다. 정말 너무 늦은 걸까요? 저는 아직 희망이 있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젊은 사람들이 희망을 잃으면 정말 희망은 없습니다. 아무도 변화를 위해 노력하지 않을 것이니까요.

하루는 아홉 학교에서 열두 명의 탄자니아 고등학생이 다르에스 살람(Dar es Salaam)에 있는 저를 찾아왔습니다. 그 때 저는 영감과 희망을 얻었습니다. 당시 탄자니아 정규교육과정에는 환경교육이 포함되지 않았는데요, 제가 여기저기 강연을 하고 다녔던 것이 계기가 되어 학생들은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이 학생들은 동물학대 · 밀렵 · 산호 파괴 등 제각각 다른 관심사를 가지고 있었는데, 이것이 ‘Roots and Shoots(제인 구달 재단이 운영하는 환경보호 프로그램)’의 모체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모두가 매일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믿음으로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현재는 138개국에 15만여 개의 그룹이 있습니다.

저에게 있어 젊은이들은 희망의 근원입니다. 문제를 파악하고 즉각적으로 행동을 취하려는 젊은이들의 에너지 · 헌신 그리고 용기 말입니다. 구세대가 망가트려 놓은 것은 바로 이 젊은이들의 미래입니다. 우리는 젊은이들과 협력해 문제를 극복해나가야 합니다. 제 주변의 많은 젊은이들은 이미 자신의 부모 세대와 조부모 세대에까지 영향력을 발휘하며 변화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살기 위해 돈이 필요하긴 하지만 돈을 위해 살아서는 안 됩니다. 미래 세대를 위해 다른 사람과 생명체를 존중하는 문화와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힘써야 합니다.

어린시절 제인구달.

인류가 가진 뛰어난 지성 역시 제게 희망을 줍니다. 침팬지도 지능이 발달하였습니다만, 인간처럼 언어를 통해서 후세를 교육하고, 과거와 미래의 이런저런 문제에 대해서 토론을 할 수는 없지요. 그렇다면 지구에서 가장 지능이 발달한 종이 어째서 유일한 안식처인 지구를 파괴하고 있는 것일까요? 과학적인 발언은 아니겠지만, 저는 우리의 똑똑한 두뇌가 자비와 사랑으로 가득한 마음으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져 나가 그런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중요한 판단을 내릴 때, 이 결정이 후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신중하게 생각한 후 결정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내 회사, 내 회사의 주주, 나의 다음 선거운동 등 ‘나’에게 ‘곧’ 생길 이익을 기준으로 결정을 내리지요. 우리는 지성과 자비로 가득한 마음이 조화를 이루도록 노력해야합니다. 그래야만 인류의 진정한 잠재력이 발휘될 것입니다.

자연의 강인함 또한 우리가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이유입니다. 기회를 주기만 하면 심각하게 훼손된 생태계도 회생하는 것을 목격하였습니다.

1994년 곰베 지역의 숲은 아주 작은 섬 크기로 줄어들었지만, 환경보존 활동 진행 후 그 지역에서 이제 더 이상 민둥산을 볼 수 없습니다. 덕분에 10년 전에 비해 침팬지들은 세 배 정도의 숲을 더 누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가 시작한 프로젝트를 통해 침팬지 서식지와 주민들 경작지에 완충지역 같은 것을 지정하여 토양을 보호하도록 하였고, 주민들은 화학비료 없이 토양의 자생능력을 훼손시키지 않고 농작물을 재배하는 방법을 배워 자급자족에 성공하였습니다.

인간이 가진 불굴의 의지는 저에게 희망을 줍니다. 사람들은 도저히 해결이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포기하지 않고 풀어나갑니다. 넬슨 만델라(Nelson Mandela)를 보십시오. 17년간의 긴 옥살이 후에도 그는 용서하는 힘을 잃지 않고 폭력 없이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이끌었습니다. 만델라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도 신체장애 · 성장환경 등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사람들을 볼 수 있습니다. 말도 통하지 않는 나라에 무일푼으로 이민을 와서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이민자도 물건을 팔면서 따뜻한 미소를 짓습니다.

불굴 의지는 우리 모두가 가진 힘입니다. 옳다고 여기는 일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내는 힘이지요. 그리고 우리는 잘못을 인정할 줄 알아야 합니다. 항상 내 생각대로, 그리고 곧바로 성공하지는 못합니다. 때로는 다른 길을 찾아야 하거나, 절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이것이 제가 여러분께 드리는 메시지입니다.

팔순을 넘긴 나이에도 불구하고 1년에 300일 이상 강연을 통해 지구와 환경을 위한 실천을 독려하고 있다.

 번역 · 이혜인

부산외국어고등학교, 서울교육대학교,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에서 영어 · 교육학 · 한국불교를 공부했다. 2013년 초 인도에서 열린 샤카디타 세계불교여성대회에서 통 · 번역을 했던 것을 계기로 불교 번역에 입문했다. 석사 졸업 후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근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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