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정신 구현하는 행위, 의례

〈불교의례 그 몸짓의 철학〉
이성운/조계종출판사/18,000원


물질보다는 ‘마음’, 결과보다는 행위의 ‘동기’를 중시하는 불자들에게 어쩌면 ‘불교의례’는 그리 관심 있는 주제가 아닐지 모른다. 실제로도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의식게송과 진언, 의례방식과 절차는 불자들에게 친숙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불교가 전래된 이래 전승되어온 ‘불교의례’는 위로는 깨달음을 구하고 아래로는 중생을 구제하는 ‘자리이타(自利利他)’ 정신을 바탕에 깔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로 진리를 구하는 구법(求法)의 몸짓은 ‘수행의례’에서, 중생을 교화하는 몸짓은 ‘공양’과 ‘시식의례’에서 나타난다. 그래서 저자는 “의례는 불교철학이자 교학의 실천”이라 주장한다. 종교가 ‘의례’로 이념을 구상화하고 정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교의례는 제사ㆍ헌공ㆍ예배와 마찬가지로 정형화된 행동을 반복하는 실천체계다. 의례행위 속에는 표준화된 신념체계가 있기에 이를 공유하는 집단의 존재가 필수불가결하다. 더불어 이 실천행위를 설명하는 설화와 교리가 의례를 뒷받침한다. 그래서 불교의례에는 종교교리와 신념체계뿐 아니라 그 지역ㆍ국가의 역사와 설화, 풍습 등의 전통문화도 함께 녹아있다.

책은 불교의식을 집대성한 〈석문의범(釋門儀範)〉과 조계종 〈통일법요집〉에 실린 의례를 중심으로 △믿음의 몸짓 ‘귀의’ △해탈의 몸짓 ‘수행’ △바침의 몸짓 ‘공양’ △베풂의 몸짓 ‘시식’ △귀환의 몸짓 ‘다비’ 등 총 5부로 구성했다. 저자는 의례를 집전하는 스님이나 일반 불자들에게 불교의 현실적 실천이 바로 ‘의례’임을 상기시키고자 이 책을 저술했다고 출간 동기를 밝혔다.

저자는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학술연구교수로, 대한불교조계종 의례위원회 실무위원, 불교 의례문화연구소 연구실장을 맡고 있다. 불교의례문화ㆍ언어문법을 연구하고 있으며, 저서로 〈한국불교 의례체계 연구〉, 〈천수경, 의궤로 읽다〉, 〈삼밀시식행법해설〉(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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