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25명이 쓴 스승의 삶·가르침
혜암선사문화진흥회/김영사/16,000원

스승의 가르침은 승속을 불문하고 제자들에게는 삶의 나침반이 된다. 그런 까닭에 세연(世緣)을 다하고 떠난 스승의 빈자리는 더욱 크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후학들은 수행정진이 게을러질 때, 살아생전 스승의 삶과 가르침을 되새기며 수행에 매진한다. 스승이 아무리 훌륭한들 제자들이 가르침을 따르지 않으면 스승의 가르침은 메아리처럼 흩어져 버릴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제자들은 스승을 기억하기 위한 방편으로 회고록을 펴내기도 한다.

조계종 10대 종정을 지낸 혜암성관(慧菴性觀) 스님의 제자들도 스승의 가르침을 사회에 회향하고자 사단법인 혜암선사문화진흥회를 설립, 다양한 사업과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 활동의 일환으로 혜암 스님과 인연을 맺은 스님과 재가불자 25명이 기억하는 생전 스승의 삶과 가르침을 모아 책으로 펴냈다. 〈스승, 혜암〉은 제자들의 기억 속에 살아있는 스승에 대한 회고록이다.

혜암 스님은 강철 같은 수행자이자 엄격한 스승이었다. 혜암 스님은 평소 제자들에게 다섯 가지를 엄하게 지킬 것을 강조했는데, ‘공부하다 죽어라’, ‘밥을 많이 먹지 말라.’, ‘안으로 공부하고 남을 도우라.’, ‘주지 소임을 맡지 말라.’, ‘일의일발(一衣一鉢)로 청빈하게 살라.’ 등이 그것이다.

〈스승 혜암〉에는 조계종 원로의원 월주 스님,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 봉암사 수좌 적명 스님, 백련불교문화재단 이사장 원택 스님 등 스님 21명과 김동건 변호사, 김옥선 불자 등 재가불자 4명의 글이 실렸다.

혜암 스님은 1920년 전남 장성에서 출생했다. 1946년 27세 때 가야산 해인사로 출가했다. 인곡 스님을 은사로, 효봉 스님은 계사로 수계득도했다. 1947년 문경 봉암사에서 성철·청담·우봉·자운·보문·도우·법전·일도 스님 등 수좌 20여 명과 ‘부처님 법대로 살자’를 기치로 내건 봉암사 결사에 동참했다. 스님은 2001년 12월 31일 해인사 원당암 미소굴에서 문도들을 모아놓고 “인과(因果)과 역연(歷然)하니 참선 잘 해라.”는 당부를 남기고 세수 82세, 법랍 56년을 일기로 원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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