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기독교·이슬람교·원불교 창시자의 삶 바탕으로

불광출판사에서 출간한 종교문해력 총서.  오른쪽 끝부터 〈내 안의 엑스터시를 찾아서〉·〈인생의 괴로움과 깨달음〉·〈지금 우리에게 예수는 누구인가〉·〈이슬람교를 위한 변명〉·〈소태산이 밝힌 정신개벽의 길〉.
불광출판사에서 출간한 종교문해력 총서.  오른쪽 끝부터 〈내 안의 엑스터시를 찾아서〉·〈인생의 괴로움과 깨달음〉·〈지금 우리에게 예수는 누구인가〉·〈이슬람교를 위한 변명〉·〈소태산이 밝힌 정신개벽의 길〉.

‘이해 없는 믿음’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정치·교육·경제·과학 등 오랫동안 종교가 담당한 역할은 ‘합리적 이성’이 맡고 있으며, 개인에게 종교를 선택할 권리와 자유가 주어지면서 종교는 ‘일시적인 위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 시대에 종교는 여전히 우리에게 필요한 존재일까? 각 종교 창시자의 삶을 중심으로 올바른 신행의 지향점을 제공하고 현대인의 종교감수성을 높이기 위한 ‘종교문해력 총서(불광출판사)’ 다섯 권이 출간됐다.

종교문해력 총서는 맹목적인 믿음이 아닌 이성적 이해의 측면에서 불교·기독교·이슬람교·원불교의 핵심 메시지를 인문학 관점에서 정리한 시리즈다. 〈내 안의 엑스터시를 찾아서〉·〈인생의 괴로움과 깨달음〉·〈지금 우리에게 예수는 누구인가〉·〈이슬람교를 위한 변명〉·〈소태산이 밝힌 정신개벽의 길〉 등 5종으로 구성됐다. 각 권의 저자들은 탈종교·기후위기·팬데믹·AI혁명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종교의 의미와 가치, 다름과 공감하는 시선의 방향을 안내한다.

〈내 안의 엑스터시를 찾아서〉(성해영, 18,000원)는 수많은 종교가 공존하는 사회를 살아가기 위한 필독서다. 서울대학교 종교학과 교수인 저자는 종교를 ‘인간이 물을 수밖에 없는 삶의 궁극적 물음에 대한 해답을 눈에 보이지 않는 차원과의 관계에서 찾으려는 시도’로 정의했다.

그러면서 종교의 정의와 세계관, 현대사회의 다양한 종교현상, 종교의 세 가지 위안, 종교를 넘어선 종교 등을 ‘엑스터시(Ecstasy)’를 통해 설명한다. ‘내 밖에(Eks) 선다(Stasi)’라는 의미의 고대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엑스터시’가 익숙한 일상의 세계에 틈을 만들고 여태껏 우리가 몰랐던 차원을 드러내 자신은 물론 전체에 관한 인식을 바꿔 새로운 측면을 인식해 세계관을 확장하게 한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인생에서 우리가 쌓아온 세계관과 가치관에 ‘과연 그게 전부일까?’라고 물으면서 ‘일상 너머 그 무엇이 있으며 그 보이지 않는 차원이 지금보다 중요하다.’는 종교계의 주장에 질문을 던져보라.”며 “더 큰 나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사건은 자유와 해방감을 맛보게 한다. 엑스터시는 내면에 자리한 지극한 기쁨 역시 알려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인생의 괴로움과 깨달음〉(강성용, 2만 원)은 고대 인도의 제사와 수행전통을 비롯해 언어학·고고학 등 여러 맥락 안에서 붓다의 ‘진정한’ 목소리를 추적한 책이다. 그 과정에서 불교의 출발점을 만든 인물인 붓다가 자신의 시대에 어떤 고민을 했고, 당시 사상과들과 다르게 어떤 발상의 전환으로 해답을 찾았는지 탐색한다.

저자는 2,500여 년 전 ‘고생의 연속인 인생에서 어떻게 고생을 없앨까?’라는 붓다의 고민이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의 고민과 다르지 않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업(業,Karma)과 법(法, Dharma), 윤회 등이 고대 인도의 제사와 수행 전통에서 비롯된 개념이라는 사실을 논리적으로 밝혔다. 또 붓다는 당시 지배적인 사상이자 종교적 흐름인 ‘쉬라마나(śramaṇa, 沙門)’ 전통을 혁신적으로 전환한 인물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지금 우리에게 예수는 누구인가〉(정경일, 18,000원)는 아직도 예수가 ‘금발의 백인 남성’이라고 믿거나 크리스마스를 예수의 생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저자는 ‘오직예수’를 부르는 맹목적인 믿음에서 한 걸음 물러나 마태·마가·누가·요한복음에서 기록한 예수의 말과 행동, 사건을 당시 팔레스타인의 정치·종교·문화적 상황 속에서 재해석했다. 이를 바탕으로 기후위기·돌봄 민주주의·여성인권 등 현대인이 처한 고민에 대해서도 인간 예수의 관점에서 해결방안을 제시한다.

또 저자는 예수의 얼굴을 금발의 백인 남성으로만 상상한 우리의 편견을 깨부수며 “예수의 얼굴에는 문화에 따른 예술적 상상력이 무한하게 더해진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우리시대의 작은 자들인 사회적 소수와 약자의 얼굴을 보고 환대하고 사랑할 때, 비로소 우리의 거리에 살아있는 예수의 얼굴을 보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슬람교를 위한 변명〉(박현도, 22,000원)은 이슬람교를 ‘폭력적인 종교’라고 생각하는 이들을 위한 책이다. 무슬림 사회에 정통한 중동·이슬람 전문가인 저자는 이슬람교를 평화롭고 영성적이며 하나님(알라)의 가르침을 굳게 믿고 따르는 종교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7세기 아라비아의 상황과 오늘날을 오가며 이슬람교에 대한 우리의 오만과 편견의 두꺼운 장막을 벗겨낸다.

책에는 무함마드 사후 이슬람공동체의 지도자 칼리파의 계보부터 순니·시아, 무슬림들의 시간 ‘이슬람력’, 성지 메카(Mecca)의 유래와 순례, 이슬람영성가 수피들의 신앙, 성스러운 영적 전쟁 ‘라마단’ 단식, 일부다처제 등 이슬람교의 역사·문화·정치·경제 등이 담겼다.

저자는 이슬람교에 대한 설명을 바탕으로 이들을 변호하지만 ‘이슬람 근본주의’에 치우친 단체에 대한 비판은 날카롭다. 성전(聖戰)이라고 번역되는 ‘지하드’는 물리적인 폭력행사가 아닌 무함마드가 제시한 바른 길을 따르려는 영적 투쟁으로, 알카에다·ISIS·탈레반 등은 무슬림에게 부끄러운 존재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또 폭력적 근본주의자들의 귀환은 실로 이슬람 세계의 수치이자 신앙모독이라고 덧붙였다.

〈소태산이 밝힌 정신개벽의 길〉(장진영, 2만 원)은 원불교의 창시자 소태산 박중빈(少太山 朴重彬, 1891~1943)의 영적 여정에 관한 기록이다. 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장이자 원불교 성직자인 저자는 소태산이 누구이며 어떻게 영성을 추구했고, 원불교가 어떤 종교인지 설명했다.

책은 △의문, 영성의 씨앗 △깨달음, 영성의 꽃 △일원상, 통합과 활용의 길 △수도와 생활이 둘이 아닌 산 종교 △영성 한류를 꿈꾸며 등으로 구성됐다. 각 내용을 통해 우주의 이치와 인간의 성품을 통일한 일원상, 사은과 자리이타, 인과에 따른 보은 등 종교를 떠나 영성이 추구하는 오래된 미래의 구체적인 설계도를 제시한다. 특히 물질문명의 발전에서 비롯한 풍요(물질개벽)에 휘둘리지 않는 도덕적 정신(정신개벽)에 방점을 찍어, 물질가치에 집착해 방황하는 인생의 중심을 어디에 둬야하는지 확실히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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