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8~12일, 한국 잼버리 대원 80여 명 수용
“주지 스님 원력, 신도·봉사자 협조로 행사 성료”

 

분당 대광사는 지난해 12월 27일 경기도로부터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 진행에 도움을 준 공로로 표창장을 받았다.
분당 대광사는 지난해 12월 27일 경기도로부터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 진행에 도움을 준 공로로 표창장을 받았다.

 

지난 8월 새만금에서 열린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는 태풍 ‘카눈’의 영향으로 8월 8일 조기 폐영했다. 이로 인해 대회에 참가한 각국 대원들은 전국의 사찰과 수련시설 등으로 흩어졌고, 그중 일부는 천태종 단양 구인사와 분당 대광사에 머물며 ‘한국 전통문화와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체험하기도 했다. 당시 분당 대광사는 80여 명의 한국 대원을 수용한데 이어 핀란드·필리핀·스위스·나이지리아·영국·오스트리아 등 각국의 대원을 대상으로 당일형 템플스테이를 진행했다. 경기도(도지사 김동연)는 지난해 12월 27일 대광사에 경기도지사 표창을 수여했다. 이준규 대광사 종무팀장(당시 템플스테이 팀장)이 지난 여름 4박 5일간의 여정을 담은 글을 본지에 보내와 게재한다. 편집자

 

핸드폰 울리기 시작했다. ‘알람인가?’하면서 핸드폰을 보니 새벽 5시 30분이었다. 전화 벨소리였다. ‘이 새벽에 누가 전화를 했을까?’ 하며 전화를 받으니, 다급한 목소리로 “경기도청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담당관 OOO입니다.”라는 말이 들렸다. 그는 곧장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원들의 수용과 관련된 몇 가지 질문들을 쏟아냈다.

나는 대광사 경내에서 야영을 하면 약 200명을 수용할 수 있다고 알려주었는데, 현재 태풍 ‘카눈’의 북상으로 금일 조기 폐영 예정이므로 실외 수용은 불가하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담당관은 실내 방 개수, 화장실 개수, 각 방별 수용 가능 인원 등 지속적으로 체크하면서 대광사에서 수용 가능한 인원을 가늠해보는 것 같았다. 본인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관계로 상부기관과 지속 협의하면서 통화하였다.

그는 새벽 5시 30분부터~7시까지 무려 20통화를 넘게 하면서 대광사의 수용가능 인원을 분주히 체크했다. 태풍으로 인한 조기 폐영 시 템플스테이를 진행하는 154개 사찰에 분산 수용하려 했던 불교문화사업단의 계획은 사찰 별 실내 수용가능인원이 현저하게 적어 사실상 물거품이 되었다.

잼버리 참가 인원이 4만 명이 넘어, 폐영일부터 폐막식까지(8월 8일~12일) 최소 수백에서 천 명 단위의 대규모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이 급하게 필요했고, 결국 대학교 기숙사와 기업 연수원, 호텔 등으로 분산 수용 될 수밖에 없다고 언론에서 보도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대광사는 최근 조기 폐영 문제가 대두되면서 2주 전부터 주지 월장 스님과 신도회를 중심으로 잼버리 대원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세계 스카우트 대회인 만큼 외국인들이 대광사를 방문할 가능성이 높아 통역이 가능한 분들을 확보하는데도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다.

새벽에 수많은 통화를 하면서 대광사의 수용시설을 면밀히 경기도청은 최종적으로 한국 잼버리 대원 80명 수용을 요청하였다. 갑자기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것 같았다. 잼버리 대원 80명의 인솔자가 전화를 준다고 했지만, 오후 5시까지 어떤 전화도 없었고, 이동 대원들의 실체를 알려주는 사람들도 없었다.

무작정 대기하면서 기다리는 사이 많은 일이 발생했다. 오전 9시 청와대 이강래 수석은 전화로 “이번 사태가 국가 대응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만큼 세심한 관심과 배려를 부탁한다.”고 요청하였다. 전화를 끊자마자 약속이라도 한 듯이 국가기관 공무원들이 속속 내부시설 점검을 위해 방문하기 시작했다.

9시 경 국방부 직원이 나와 상황을 통제했고, 곧이어 육군 폭발물 처리반 10여 명이 엄청난 장비를 가지고 방문해 시설 전체를 점검하기 시작했다. 폭발물 처리반이 작업을 마치자 이번에는 분당경찰서 여성청소년과에서 CCTV와 몰래카메라 설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장비를 가져왔다. 그 이외에도 식약청·성남시청·분당구청 위생과 직원, 분당경찰서 교통과, 분당소방서·구미파출소 등 수많은 관계자들이 방문해 사전 점검 작업을 하였다. 경내에 지휘통제실을 설치하였으며, 행사기간 내내 24시간 대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작 오기로 한 잼버리 대원들은 보이지 않았고 주지스님과 관계자들은 하루 종일 국가기관 공무원들 요청사항을 확인하고, 질의 응답을 하며 하루의 시간을 다 보냈다.

오후 5시, 드디어 잼버리 대원들이 곧 도착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와 함께 새만금 잼버리 대회 진행 중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해 ‘대광사에 오는 대원 중에도 코로나에 걸린 사람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와 급히 방역 체계를 구축하고 코로나 검사를 해야 했다. 결국 확진 판정을 받는 대원이 발생했는데, 형편상 귀가 조치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지휘통제실 대원들과 논의한 결과, 따로 내부에서 격리하기로 했다.

템플스테이 입소 후 저녁 프로그램을 진행하려고 했으나, 대광사에 도착한 대원들은 이미 피로가 짙어 보였다. 그들은 조기 폐영으로 인해 들뜬 마음으로 밤을 새우고, 새벽 5시부터 출발 준비를 시작했다고 했다. 잼버리 대원들은 오전 10시 경 새만금에서 출발하려고 했으나, 1,000대가 넘는 버스에 탑승하다보니 승차에 1시간 이상 소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대원들은 처음에는 어디로 가는지조차 몰랐다가 대광사로 간다고 하니 ‘다른 대원들은 호텔, 연수원, 기숙사로 가는데, 우린 절이라니.’라면서 실망감이 컸다고 한다.

피로감이 많은 탓인지, 버스에서 내리는 잼버리 대원들은 대부분 표정이 좋지 않았다. 문득 ‘과연 4박 5일 동안 머물면서 그들이 편하게 있다 갈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도착한 잼버리 대원들은 피로 때문에 주지스님의 환영사 이외에 특별한 행사 없이 취침을 하였다. 행사를 준비했던 많은 신도님과 자원봉사자들도 피곤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취침 중 밤 11시에 갑자기 울리는 핸드폰 벨소리, 아침의 악몽이 살아나는 것 같았다.

전화는 “새마을 연수원에 투숙하고 있는 핀란드 대원 120명과 베트남 대원 10명이 사찰문화를 체험하는 당일형 템플스테이에 수용 가능한가?”라는 내용이었다. 주지스님과 긴박하게 상의한 결과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갑자기 통보를 받다 보니 관련사항을 전달해야 하는 곳이 많았다. 연화회·자모회·공양실·다도팀·일반봉사자·통역봉사자·사찰음식팀 등 많은 곳에 이 내용을 공유해야만 했다. 시간이 촉박했다. 그러나 주지스님께서 ‘국가적 위기인만큼 힘들더라도 마음을 조금씩 내자.’고 하셨고, 이미 수용 중인 잼버리 대원 80명과 새로 합류한 130명은 큰 무리 없이 당일형 사찰문화체험을 할 수 있었다.

잼버리 대원들과 함께한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른다. 긴박한 순간들의 연속이었다. 한국·영국 대원 40명, 오스트리아 대원 30명, 핀란드 대원 120명, 베트남 대원 10명, 스위스 대원 40명, 나이지리아 대원 20명 등 세계 잼버리 대원들이 대광사에 방문하였으며, 경내는 마치 세계인의 축제인 것 같았다. 새만금의 열악한 환경과 조기 폐영으로 지친 잼버리 대원들의 상처를 어루만져주기 위해 대광사 신도와 봉사자들은 함께 마음을 모아 그들의 아픈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였다.

분주한 나날이 지나던 8월 10일 오후 6시쯤, 사무실에 한 잼버리 대원 아버지로부터 전화가 왔다. 대원들은 새만금의 열악한 환경에 많이 지쳤고, 조기 폐영으로 인해 이동하는 곳이 사찰이라고 하니 대원들의 상심이 컸다고 한다. 그래서 부모님들은 잠도 설치고 걱정도 많이 했다고 한다.

하지만 대광사에 머물고 있는 자녀들의 지친 몸이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고, 다른 시설에 수용된 인원들은 숙소와 식사만 제공되는 반면 대광사에 수용된 인원들은 4박 5일 동안 대광사만의 템플스테이 자체프로그램으로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즐거움 속으로 빠져들어 ‘잼버리 대원들이 좀 더 있다 집으로 돌아갔으면 한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또한 나중에 “가족끼리 따로 대광사에 방문하겠다.”고 말씀하셨다. 주지스님의 원력과 대광사 신도들의 협동으로 갑작스런 행사를 무탈하고 여법하게 잘 마칠 수 있었다. 긴박했던 상황에서 대광사 모든 신도들과 봉사자의 마음이 이루어 낸 미담이었다. 다친 마음을 치유하고,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처음 대광사에 도착하여 버스에서 내린 잼버리 대원들을 보았을 때 들었던 걱정이, 감등의 드라마와 같은 반전을 만들었다.

대회 마지막 날, 잼버리 대원들이 강의실에 모여 폐영식을 진행했다. 잼버리 대원의 폐영식은 또 다른 감동을 자아냈다. 매일 밤 간식을 준비해 주던 자모회 회원과 봉사자분들이 새벽부터 나오셔서 ‘자랑스런 잼버리 대원’ 그리고 ‘여러분을 잊지 못할 겁니다.’라는 현수막과 풍선을 걸어두고 잼버리 대원들의 일상으로의 무사 귀환을 축하해주었다.

“아쉬운 부분이 많은 행사였지만, 대광사에 체류한 잼버리 대원들에게 힐링과 치유의 시간을 제공하기 위해 대광사 모든 신도와 봉사자들이 함께 해주었다.”는 주지스님의 말씀과 화답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달한 잼버리 대표와의 시간은 또 다른 감동의 시간이었다.

대원들이 무사히 일상생활에 복귀하길 기대하며 그 시절을 잊고 지내던 12월 27일 성남시청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이번에 잼버리 대원들을 수용한 대광사·새마을 연수원·을지대학교의 담당자들에게 경기도지사 표창장을 수여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법회 때 표창장을 주지스님으로부터 수여 받았다. 이 표창장은 이번에 헌신과 봉사를 해주신 대광사 신도회와 봉사자가 받아야 되는 상을 대신해서 받은 것이다. 참으로 감사하고 감동의 시간이었다. 주지스님으로부터 표창장을 수여받으며 ‘빨리 가려면 혼자가고, 멀리 가려고 함께 가라.’라는 징기스칸의 말이 생각났다.

대광사의 템플스테이가 안정구도에 들어가다 보니, 템플스테이 참가자의 만족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 모든 결과는 주지스님의 원력과 신도들의 헌신, 배려로 일궈낸 결과라고 생각한다. 다시 한 번 주지스님과 봉사자들을 포함한 신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더 낮은 자세로 임하라는 뜻으로 알며 불교 홍포를 위해 앞장서도록 하겠다.

대광사 주지 월장 스님이 잼버리 대원들을 맞이하고 있다. 
대광사 주지 월장 스님이 잼버리 대원들을 맞이하고 있다. 
잼버리 대회 대원들을 맞이하는 주지 월장 스님. 
잼버리 대회 대원들을 맞이하는 주지 월장 스님. 
월장 스님이 대원들에게 환영사를 하고 있다. 
월장 스님이 대원들에게 환영사를 하고 있다. 
대광사에 수용된 한국 잼버리 대원들은 전각을 참배하는 등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대광사에 수용된 한국 잼버리 대원들은 전각을 참배하는 등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잼버리 대원들.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잼버리 대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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